호남고속철도 오송 분기역 유치를 염원하는 충북도민들의 주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벌이는 정치놀음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다 못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유치를 희망하는 충북 오송과 대전, 그리고 충남 천안이 서로 최적지임을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충북도내 정치권끼리 헐뜯는 모습은 가관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이 박근혜 대표의 충북 방문을 계기로 오송이 분기역이 되도록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오자 열린우리당이 정략적 접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한나라당은 ‘오송 분기역을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과 달리 당론도 없는 열린우리당은 분기역에 대한 당론이 무엇인지 먼저 밝혀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이 충북지역보다 인구가 더 많은 대전과 충남지역의 반발을 무릅쓰면까지 충북도민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그만큼 오송 분기역이 타당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물론 정당이므로 정치적 효과를 계산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충북도민들의 입장에서는 호남고속철도라는 대규모의 국책사업임에도 분기역에 대한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이 지역 저 지역 눈치나 보는 열린우리당이 훨씬 더 정략적으로 보인다. 더구나 충북출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이 오송으로 결정되지 않으면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이미 천명한 바가 있다. 말은 그럴듯하게 해놓고 분기역을 당론으로 정하자는 분위기도 조성하지 못하면서 상대당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걸 시비거는 모습은 치졸하다.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에 관한 한 충북도민들은 열린우리당과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부터 지금까지 자꾸 이 핑계 저 명분을 대면서 분기역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정부 여당이 합리적 근거와 객관적 논리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선례가 굳어졌다면 사회적 낭비와 지역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분기역 유치운동을 필사적으로 벌일 필요도 없다. 정략적 고려와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는 관행을 너무나 많이 경험한 나머지 지역의 사활을 걸고 유치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남고속철도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구태를 중지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당론에 걸맞는 실질적 지원을, 열린우리당은 분기역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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