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윤 교수의 창] 그레샴 법칙
[박홍윤 교수의 창] 그레샴 법칙
  • 충청매일
  • 승인 2019.02.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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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화폐 경제학의 법칙 가운데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샴 법칙(Gresham’s Law)이 있다. 영어로는 ‘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다. 쉽게 번역하면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좋은 돈과 나쁜 돈을 구분할 수 없이 모든 돈은 등가를 가진다. 그러나 금화나 은화가 본위화폐로 사용되는 경우에 순도 100%의 화폐는 좋은 화폐이고, 순도 50% 화폐는 나쁜 화폐가 된다. 금속본위제도에서 사람들은 순도가 높은 좋은 화폐는 집에 숨겨두고 순도가 낮은 나쁜 화폐만 유통된다.

이를 주창한 16세기 엘리자베스 시대 영국의 재정고문관으로 있던 그레셤은 질 낮은 은으로 화폐를 만들어 정부의 재정 수입을 늘릴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로마의 네로시대에도 나쁜 화폐로 재정을 확대하고자 하였다.

이처럼 금화나 은화의 중량을 줄이거나 함량을 줄이면 나쁜 돈이 된다. 금속본위에서 일반인은 은화나 금화의 옆면을 갈아서 돈을 벌었다. 사람들이 동전의 옆면을 갈아서 나쁜 돈만 유통하자 영국 정부는 나쁜 돈이 유통되지 않도록 동전을 현재와 같이 톱니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그 유명한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다.

이 고전 경제학의 법칙은 오늘날 다른 분야에서 원용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기획활동에 인용되어 ‘기획의 그레샴’ 법칙을 이야기한다. 기획의 그레샴 법칙은 장기적, 창의적, 무형적 기획보다 단기적, 유형적, 선례 답습 적 기획이 우선시되는 경향을 의미한다. 기획의 그레샴 법칙이 만연되면 계획의 효과성이 확보되지 못하게 된다.

과거 매스컴에 존경받는 교장 선생님에 대한 프로필 사진으로 교장 선생님이 화단 정리나 종이 줍는 사진이 실리 곤하였다. 부지런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조직의 장이 근본적이고, 장기적이며, 창의적인 일은 하지 않고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일에만 관심을 두게 되면 조직은 죽어가게 된다. 기획은 최고관리자와 같이 상위 관리계층의 일이다. 최고관리자가 기획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단순 근로자가 해야 할 일을 한다면 그 조직의 장래는 밝지 않게 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 선거용 정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수조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선거의 단골 메뉴인 지방 공항 건설, 복지라는 명분의 공짜 정책, 목소리에 따라서 커지는 각종 지원금과 수당, 가짜뉴스의 생성, 보수라는 이름으로 제시하는 남북문제와 한반도 위기론 등은 나쁜 돈, 나쁜 정책에 해당한다.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 인구 감소문제, 청년 실업, 교육과 같은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돈, 좋은 정책에 대한 고민이 없다.

위정자들이 눈에 보이고, 선거권자의 피부에 느끼는 나쁜 돈, 나쁜 정책에만 관심을 가지면 그것은 좋은 나라, 좋은 정치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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