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뭐하는 놈인데 남의 안마당에 들어와 이래라저래라 주접을 떠는 것이냐?”

청풍도가 사무소 안에서 일을 보는 놈인지 얍삽하게 생긴 놈이 장지문을 열고 봉당으로 내려서며 나서며 최풍원과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너 같은 조무래기와 할 이야기는 아니니 김주태를 직접 나오라고 하거라!”

최풍원이 녀석의 말은 들은 척 만 척 무시하며 김주태를 나오라고 안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김주태 나오거라!”

“김주태는 우리 빚을 받아라!”

“안에 있는 김주태는 당장 나와 낯짝을 내놓아라!”

최풍원을 따라 마당에 모여앉아 있는 사람들도 떼창을 했다. 사람들의 떼창 소리에 청풍도가 안마당이 시끌시끌해졌다.

“이런 주리를 틀 놈들이 있나.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주둥이들을 놀리고 있느냐. 대가리에 혼구멍이 나봐야 네 놈들이 아가리를 닥치겠느냐?”

바깥이 시끌벅적해지자 방안에 있던 김주태가 밖으로 나와 호령했다.

“서방님, 그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요?”

최풍원이 봉당 아래서 김주태를 올려다보며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난, 풍원이 네 놈이 저지르는 일이라는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다. 어찌해서 사사건건 우리 도가 일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것이야?”

김주태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하며 최풍원을 노려보았다.

“서방님, 지는 달리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요. 단지 마을사람들의 곤란한 사정을 듣고 그들의 빚을 갚으려 할 뿐입니다요.”

“주제넘은 놈! 쥐뿔도 없는 놈이 달밤에 매화타령이구나. 니놈이 뭐간디 마을 사람들 빚을 갚아준단 말이야?”

최풍원의 하는 짓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김주태가 비아냥거렸다.

“우는 놈도 다 생각이 있어 그러는 게 아니겠습니까요, 서방님?”

“풍원아 되지도 않는 짓거리 하지 말고 내 밑으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옛 정리도 있고 하니 내가 도가에 너 먹고 살만한 자리를 하나 만들어줄테니?”

김주태가 최풍원이를 회유했다.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요. 서방님께서 그리만 해주신다면…….”

최풍원이 말꼬리를 흘리며 김주태의 제의에 은근히 관심을 보였다.

“그건 걱정 말거라!”

“그런데 서방님, 그 전에 먼저 올릴 말씀이 있습니다요.”

“뭐냐?”

“여기는 여러 사람들 눈과 귀가 있어서…….”

최풍원이 모여 있는 사람들 눈치를 살피며 주저했다.

“안으로 들거라!”

김주태가 최풍원에게 도가 방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그때 청풍도가 밖에서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장마당에 운집한 사람들이었다.

“도가 대문을 도끼로 까고 쳐들어갑시다!”

“청풍도가를 불태워버립시다!”

“김주태를 끌어내다 각을 뜹시다!”

김주태가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를 듣고 인상이 구겨졌다.

“저놈들은 저래서 안 돼! 개뿔도 없는 것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기만 하면 남 욕하고 뒷구멍에서 지랄들이라니까. 저러다가도 누구 하나 잡아 몽둥이찜질을 당했다고 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십리는 꽁무니를 빼고 쥐 죽은 듯 찍소리도 못할 놈들이 저 지랄을 떨고 있다니까. 먹지도 못해 배창시가 등가죽에 붙은 놈들이 뭔 지랄을 하는 거여!”

“서방님, 저들 빚을 받아주시오!”

“니가 뭣하러 저런 놈들 빚을 대신 갚겠다는 말이냐?”

“지도 따로 꿍꿍이가 있어 하는 일입니다요. 서방님이 조금만 도와주시오!”

“내가 뭘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느냐?”

“서방님, 지금 도가 앞마당에 쌀 육백 섬이 있습니다요. 그걸 받고 청풍도가에 보관하고 있는 마을사람들 증서를 제게 넘겨주시오.”

“쌀 육백 섬으로는 어림없다!”

김주태가 가당치도 않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요. 그렇지만 이제껏 서방님이 마을 사람들한테 빌려준 원금의 몇 배를 받다 챙기시지 않았습니까요? 그러니 탕감을 해줘도 손해볼 것은 전혀 없지 않습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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