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숙 수필가

50 중반을 넘기면서는 사실 내 정확한 나이도 헷갈릴때가 있다. 그럴때면 슬프게도 아이들나이를 거꾸로 계산해서 내 나이를 상기해 낸다.

내 나이는 잊고 있어도 아이들 나이는 절대 잊지 않는 몹쓸 모성애라고나 할까?

“나도 저렇게 늙었어?”

TV화면에 내 또래의 출연자가 인터뷰를 한다. 60은 훨씬 넘어 보이는 그 사람을 보며 아이들에게 묻는다.

눈치 빠른 딸은 “엄마가 훨씬 젊지”라고 말하지만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며 관심1도 없는 아들은 “엄마랑 비슷한데” 하고 무성의하게 대답을 한다.

딸의 대답이 진실이고 아들 대답은 거짓일 거라고 나 혼자 스스로 위로를 하며 그렇게 믿는다.

딸이 생일 선물로 사준 만년필에 잉크를 갈아 끼우는 방법을 몰라 일년 넘게 사용을 못하다 결국 아들 손을 빌렸다.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를 교체해야 하는데 아들이 기숙사에서 돌아오는 주말만 기다려야 했다.

휴대폰 요금제가 고액 요금제라 일년에 영화 6편이 무료라는데 몇 년 동안 한번도 사용을 못했다. 이런 나를 보며 딸은 안달을 한다. 마치 돈을 거리에 내다 버리기라도 한 듯 아까워하며 한심해한다. 물건을 살 때마다 포인트 1점이라도 쌓느라 번거로움을 마다 않는 아이들과 달리 계산원이 “할인 카드 있으세요? 포인트 적립 하세요?” 하고 물으면 번거로운 것 같아 “아니요 됐어요”라고 한다.

“카드를 끼워 주세요” 라는 계산원에게 카드를 내밀었더니 자꾸만 끼우란다. 어디에 끼우라는 건지 몰라 한참을 헤맸더니 뒤에 서있던 학생이 손가락으로 가리켜 알려 준다. 명절에 집에 온 딸이 집 근처에 유명한 카페가 있다며 가자 해서 나섰다. 네비게이션은 첩첩 산중으로 안내를 한다. 도저히 카페가 있으리라곤 상상이 안 되는 곳이라 혹시 길을 잘못 들었나 반신반의 하며 찾아간 곳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주차장에 차 댈 곳이 없이 만차였다.

대체 이런 곳에 카페가 있는 줄 어떻게 아냐고 했더니 검색하면 다 나온다나…….

휴일 낮,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운동도 할 겸 집 앞 탄천으로 향했다. 가는 길 옆에 공장인지 창고인지 허름한 가 건물 마당에 차가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궁금해 들여다 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안은 화려했다. 알고 보니 수입 그릇 할인 매장이었다. 한 손엔 휴대전화를 들고 검색을 하며 물건을 고르는 젊은 사람들로 매장 안은 복잡했다. 15년을 산 동네에 이런 곳이 있는줄도 모르는데 대체 저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검색이었다.

가족끼리 외식을 할 때 음식이 나와도 딸이 사진을 찍기 전에 먹으면 안 되는 것은 불문율이다.

여행지에서도 쇼핑을 가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검색이다. 그렇게 요즘 아이들은 정보를 공유한다.

검색에 익숙하지 않은 아날로그 세대들은 편해진 세상을 100프로 누리지 못한다. 오히려 불편한 경우가 더 많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주차장, 지하철, 매표소 앞에서 종종 당황하기 일쑤다.

나도 한때는 그리 답답하거나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자꾸만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다.

“나도 저렇게 늙었어?”

아이들에게 묻는 이 말은 세상에서 자꾸 도태되는 듯한 내 자신에게 확인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인정 할 것은 인정해야지…

요즘 아이들에게 우리네 아날로그 삶을 설교하면 안 되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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