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한국의 가족문화는 중국 유교의 영향을 받아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가족주의가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 갤럽(2005)에서 설문조사한 것을 보면 불교 신자 72%, 개신교도 63%, 종교와 상관없는 사람도 76%가 유교적 의식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유교적 가치관은 우리사회의 가족갈등 요인으로 존재하고 있다. 유교의 기본이념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그로부터 파생되는 행동강령 규범이 본질보다 형식적인 것을 더 중시해 실리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생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국 주자가례(朱子家禮)에서 전래된 기제사 명절제사 만 하더라도 반드시 장남이 지내야한다. 준비하는 차례(茶禮) 음식의 종류와 절차가 복잡하고 엄격해 이를 장만하는 며느리들은 준비하는데 많은 고생을 한다. 그러고도 정작 제사 지낼 때는 절 한 번도 못하고 구경만하고 남자들만 지내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남녀불평등이란 말이 나오고 남존여비, 남녀차별의식이 생겨난 것 아닌가. 그래서 여인네들은 제사에 참여하는 의지도 피동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형제의 장남인 나도 기제사를 모시고 있지만 남녀모두 함께 제를 올리고 축문도 한글로 알기 쉽게 지어서 읽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조상을 숭배하는 마음이요 가족의 화목이다.

맏이가 형편이 어려우면 형제 중 여건이 좋은 동생이 형제들과 상의하여 제사를 모시고 지내도 된다고 보는데 장남 중심의 가풍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부모 유산문제도 형제 부자간에도 갈등이 심한 문제다. 여기에도 장남은 절반까지 주어온 것은 장남의 무거운 책임을 고려한 것이 관례였지만 형제가 유산문제로 갈등이 심해 균등하게 분배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최근 한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내 재산을 어떤 자식에게 물려주겠느냐는 질문에 똑같이 나누어 주어야한다가 60%로 조사되고 자식에게 주지 않고 나와 배우자를 위해 쓰겠다는 응답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부모를 누가 모셔야하는 가에 대한 응답은 아들 딸 상관없이 모든 자녀가 해야한다가 장남이란 답에 3배에 달했다.

최근 한국 거래소에서 ‘장남수당’을 설정해놓고 매월 4만원을 첫째 자녀가 되는 사원에게 지급했는데 여자는 결혼을 하면 주지 않았다 한다. 남자는 결혼을 해도 계속 줘서 이런 남녀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고용노동부가 고발을 한일이 있었다.

25년전 만 하러라도 맏며느리가 시부모 생신이나 명절에 며느리 역할을 소홀히 하면 정당한 이혼사유로 인정됐지만 저출산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모두가 장남이요, 맏며느리 시대가 돼 가고 있다. 장남 맏며느리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모두가 평등으로 가는 가족문화가 형성 되고 있다. 명절 제사. 기제사에 음식장만도 서로 의견을 조율해서 형편에 따라 분담해서, 또는 돌아가면서 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일어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고루한 전통문화가 서서히 붕괴되는 한 시점을 통과 하는 중이 아닌가싶다. 그래서 버릴 것은 버리고 지킬 것은 지키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장남! 딸 같은 맏며느리, 장남중심의 가풍도 갈수록 낯설고 어색한 옛말이 되어가고 평등으로 가는 가족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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