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대부분 귀향의 설레임, 가족·친지들과의 상면에 들떠 있지만 체불 임금자들에게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 일 뿐이다. 지난 해 말 현재 충북도내 체불임금이 85억3천2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619개 업체 2천360명이 제 때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지난 해 같은 때와 비교해 체불임금은 46.6%, 근로자수는 48.8% 늘었다. 이 수치도 당국의 통계에 잡힌 것일 뿐 조사에서 누락된 것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체불임금에 대한 보도를 접한 일반인들의 가슴도 쓰린데 그 대상자나 가족들의 심정과 그들이 받는 고통은 어떨까. 체불임금이 많은 것은 전반적인 경기침체도 원인이 되겠지만 사업주의 기업 윤리나 개인 양심이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업주들의 ‘도덕적 해이’가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을 자살로까지 내모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오죽하면 TV에서도 노동계와 공동으로 임금과 퇴직금 체불에 대한 전문 프로그램까지 제작해 방영하겠는가. 회사 재산을 다른 사람 앞으로 돌려놓은 채 ‘배째라’ 식으로 나오는 파렴치한 그들의 생활 실태는 어떤가. 모두는 아니겠지만 상당수가 고급승용차에 호화 주택, 장기간의 해외여행까지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체불 임금자들은 생계를 위해 외롭고 힘겨운 싸움에 나서야 된다. 시간·경제적 고통을 감내해 가며 투쟁을 벌이는 근로자들이 부지기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교되지만 그 이외의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 생계비마저 떼먹는 사업주들은 근로자들을 골병들게 만드는 ‘흡혈귀’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맥락에서 당국이 설을 앞두고 체불임금 집중 단속기간을 정해 대책반을 가동하고 체불임금 청산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대검찰청도 임금체불 악덕사업주를 엄단하라고 전국 검찰에 지시했다.

검찰이 상습 임금 체불업체, 자체 청산능력이 있음에도 재산을 은닉하거나 청산 의지가 없는 사업주는 구속 수사키로 했다. 이런 활동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둬 체불로 고통받는 사람 없이 즐거운 설을 맞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설과 추석 등 명절 때만 이뤄지는 관행적이고 일시적인 체불임금 청산보다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등 체불로 인한 근로자들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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