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315년, 천자의 나라인 주(周)나라는 날로 약해지고 제후국들이 차츰 강해져 천하의 패권을 다툴 무렵이었다. 어느 날 나이 50세가 넘은 맹자(孟子)가 제나라에 입국하였다. 당시 제나라는 서쪽의 진(秦)나라와 남쪽의 초(楚)나라와 더불어 가장 영향력이 있는 제후국 중 하나였다. 또한 제나라의 군주 선왕(宣王)은 혈기 넘치는 개혁적인 인물로 맹자에게는 유세하기에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사실 이전에 맹자는 공자가 남긴 유학의 사상적 기초인 인(仁), 의(義), 예(禮)를 근본으로 한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실현하여 천하에 평화를 추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어느 나라의 군주도 맹자의 사상을 받아주지 않았다. 도리어 현실성이 없는 망상으로 여겼다. 그 즈음에 선왕은 부국강병을 꿈꾸며 탁월한 전략가를 찾는 중이었다. 그런데 마침 맹자가 찾아왔기에 이전에 천하를 주름잡았던 제나라 환공이나 진(晉)나라 문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이는 강한 나라에 대한 그의 동경 때문이었다. 그러자 맹자가 선왕에게 먼저 물었다.

“왕께서는 왜 태평성대한 나라를 꿈꾸지 않으시고 어떡하면 전쟁을 일으켜서 백성을 위태롭게 하고 이웃나라와 원한을 지고자 하시는 겁니까?”

“그건 부강한 나라는 내 평생에 소망하는 일이기 때문이오.”

“그러면 왕의 그 소망을 먼저 말씀해주시지요.”

하지만 선왕은 무력과 전쟁을 통한 부국강병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맹자가 우회적인 질문을 던져 물었다.

“왕께서 꿈꾸는 소망이라는 것이 누구도 먹어 보지 못한 특별한 음식입니까? 아니면 누구도 입어보지 못한 화려한 의복입니까? 아니면 천하에 뛰어나 미색을 얻고자 하시는 겁니까?”

“아니오. 과인이 원하는 건 그런 사소한 욕망과 전혀 다른 것이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왕께서 원하시는 것은 천하의 패권자가 되는 것이군요. 하지만 그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무력으로 대망을 이루려 하다가 행여 실패하는 날에는 나라는 망하고 백성은 파탄 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보다 더 황당한 선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말을 듣자 선왕이 놀라며 물었다.

“전쟁을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일이 그렇게 무리한 일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전쟁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면 결국은 백성을 잃고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어 대재앙을 만날 뿐이지 좋은 결과라고는 조금도 없습니다.”

그러자 선왕이 맹자에게 바싹 다가와 앉으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맹자가 이틈을 놓치지 않고 평소 자신이 주장하는 천하가 평화롭게 사는 왕도정치에 대해 설명을 풀어놓았다. 이는 ‘맹자’에 있는 이야기이다.

연목구어(緣木求魚)란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는 어리석은 자를 비유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면 따뜻한 해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런데 아직도 차가운 북풍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니, 지나가는 소가 다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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