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둥어가 뛰니 꼴뚜기까지 지랄이라더니, 양반들이 지랄이니 장사치들까지 지랄덜이구먼!”

“며느리 자라 시에미 된다잖여? 양반덜 못된 짓만 배워 도가 장사꾼놈덜은 고을민덜 주리 트는 걸 더 잘 한다니께!”

“이래 치이고 저래 치이고, 이래저래 죽어나는 건 힘대가리도 없는 우리 같은 미물들 뿐이여!”

“그러니 워쩌! 타고난 태생이 이 지랄로 태어난 걸 누굴 원망 혀!”

“속 터지는 소리들 그만 하고 억울하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둥 이런 해결책을 내야 할게 아니요? 모여앉아 등신들 같이 푸념만 늘어놓으면 양반이든 도가놈들이든 그놈들이 우리에게 밥을 주오, 돈을 주오. 다 부질없는 짓이지.”

“맞소! 이제부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런 해결책이 중요하지, 여기 모여 욕만 한다고 무슨 해결책이 나겠소? 괜스레 비싼 밥 먹고 허기만 지고 입만 더러워지지 무슨 소용 대가리가 있겠소. 안 그렇소?”

영월 맡밭 객주 성두봉이 푸념만 늘어놓으며 신세타령만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짜증을 냈다. 그러자 쌀더미 위에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던 양평 객주 김상만이 성 객주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모인 사람들을 향해 동의를 구했다.

“대책이 중요하지 않겠소?” 

“옳은 소리요!”

“옳소이다!”

여기저기서 성두봉과 김상만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렇게들 사니까 맨날 그렇게 당하고만 사는 거요! 누가 뭔 얘기를 하면 우하고 몰려가고, 또 딴 사람이 이렇게 하자고 하면 또 그리로 우 몰려가고 줏대도 없이 사니 양반이고 장사치고 당신들을 지랭이만큼도 여기지 않고 마구 밟는 것이오! 누가 얘기를 하면 무조건 휩쓸려가지 말고 좀 생각들을 해보고 찬동을 하든 반대를 하든 하시오!”

푸념만 늘어놓는다고 뭐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무조건 동조한다고 성두봉이 사람들을 질타했다.

“나는 제천에서 온 차대규요. 이래도 뭐라 하고 저래도 뭐라 하면 뭘 어쩌란 말이오? 그런 당신은 달리 뾰족한 방법이 있소이까?”

자신을 차대규라고 밝힌 사람이 성두봉을 향해 일갈했다.

“당신은 뭣 하는 사람이오?”

“난 제천에서 장사를 하고 있소!”

“그렇다면 당신은 뾰족한 방법이 있소?”

성두봉이 차대규에게 되물었다.

“없소!”

차대규가 잘라 말했다.

“내 얘기는 사람들이 제 생각도 없이 마구 휩쓸려 다니는 것이 못마땅해 하는 소리였소!”

다시금 성두봉이 모여 있는 사람들이 못마땅해 물어뜯는 소리를 했다.

“저 이들이나 나나 그렇게 살지 않았다면 애당초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을 것이오! 백성들한테 무슨 생각이 있소. 설령 생각이 있다한들 그걸 받아줄 양반이 있소? 그런 세상이었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이래 살고 있겠소.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 여기 모인 사람들이 이렇게 목숨을 부지하고 가솔들을 지켜온 것은 이래도 참고 저래도 참고 양반이나 부자들이 시키는 대로 굴종을 했기 때문이오. 이런 사람들에게 뭘 바란단 말이오? 이런 사람들에게 뭘 바랄 게 아니라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사람들이 뭘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를 하고 따라오게 하는 건이 더 먼저 아니오?”

언뜻 들으면 차대규의 말은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차대규의 말은 하나도 그름이 없었다. 이 땅의 백성들 삶이 그러했다. 청풍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또한 그러했다. 양반에게 당하고 부자에게 당하고 살아온 것이 그네들의 삶이었다. 어쩌면 당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사는 것이 그네들 삶이었다. 양반들의 말이 법처럼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은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시키면 그저 따를 뿐 거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말을 거역하면 쫓겨나고 가솔들이 굶어야하고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무슨 생각이 있기를 바랄 수 있겠느냐는 차대규의 말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한 마디 원성도 없는 것은 그 말에 대해 전혀 서운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이 땅 백성들이 여적지 살아온 숙명이었다.

“그 말도 맞소! 오늘 청풍 인근에 사는 사람들을 이렇게 모이라 한 것은 뜻이 있어서요. 그러니 서로 싸우지 말고 조금만 기다리시오!”

김상만이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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