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501)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501)
  • 충청매일
  • 승인 2019.02.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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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동네 앞 나루터에서 소금을 떼다 팔던 것을 청풍도가까지 와 받아가야 하고, 염세라고 해서 일 할을 떼고, 입회비로 쌀 닷 섬을 바쳤으니 소금 값이 오를 수밖에 더 있겠슈? 마을사람들은 속사정도 모르고 이전 사람이 아니라며 돈만 밝히고 소금을 비싸게 팔아먹는다며 욕을 해대니, 나도 힘은 힘대로 들고 욕은 욕대로 얻어먹으며 남는 것은 없으니 이놈의 장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구먼요.”

황칠규가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푸념을 늘어놓았다. 

황칠규가 불만을 토로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청풍도가에서 이전에 없던 염세라는 것을 만들어 일 할을 뗀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쌀 닷 섬만 입회비로 내면 평생 죽을 때까지 편하게 장사할 수 있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말뿐이었다. 청풍도가 놈들은 회원으로 가입하고 염세만 내면 언제든 필요할 때 주문만 하면 황칠규가 있는 서창까지 소금을 보내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소금을 제 때 보내주지 않는 것이 다반사라 기다리다 못해 황칠규가 직접 청풍으로 가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게다가 소금을 서창까지 가져와서는 운반비 명목으로 또 소금을 떼고 주는 것이었다. 그러니 청풍도가에 회원으로 입회를 했다하여 별 도움이 되는 것이 없었다. 더욱 기가 찰 일은 청풍도가의 다른 소금장수가 서창까지 와 장사를 하며 황칠규의 상권을 침범하는 것이었다. 황칠규가 항의를 했지만 청풍도가에서는 청풍과 서창은 인근에 있으니 장사길이 겹치는 것이 당연한데 그걸 뭐라 하면 어떻게 장사를 해먹느냐며 외려 횡칠규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았다. 황칠규가 참다못해 도가에서 하는 일은 뭐며 도가에 들어봐야 도움 받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입회비로 낸 쌀 닷 섬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입회비는 도가를 운영하는 경비로 썼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으니 나가려면 그냥 나가라는 것이었다. 하도 억울해서 관아를 찾아가 하소연을 했더니 장사꾼들끼리 장사하다 생긴 문제를 왜 관아로 오느냐며 남의 다리 긁는 소리만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전 놈도 청풍도가 회원이었다. 서창에서 왔다는 황칠규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도가가 아니라 도적 소굴이오!”

“개불상놈들!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들이오!”

“동냥은커녕 으드박지 쪽박까지 깨는 놈들이오. 그뿐인지 아슈? 서 푼도 안 되는 보따리 장사에게까지 장세를 물리는 놈들이 그놈들이오. 차라리 애 볼타구에 붙어있는 밥풀을 떼어 처먹지!”

청풍도가 앞에 운집한 사람들의 입에서 끝도 없이 불만이 터져 나왔다. 더욱이 청풍도가에 들지 못한 장사꾼들과 보부상들이 읍내 상인들에게 당한 억울한 일과 횡포에 대한 불만은 대단했다. 그들은 청풍읍내 상인들이 주축이 된 도가를 만들어 놓고 자신들의 물건을 이용해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었다. 청풍도가 회원이 아니거나 타 지역에서 온 장사꾼들과 보부상들은 곡물 한 되 조차 청풍장에서 마음대로 팔고 살 수 없었다.

그것은 청풍도가에서 새로 만들어 놓은 규약 때문이었다. 도가의 규약은 예전의 자유로웠던 상거래를 대부분 통제하고 있었다. 청풍에 도가가 생기기 전에는 장꾼들이나 보부상들이 읍내 상인들이나 나루에 정박하는 경강상인들로부터 얼마든지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받은 물건을 등짐을 지거나 머리에 이고 산지를 찾아다니며 그곳에서 생산되는 물산들과 물물교환을 하며 장사를 했다. 또 바꾼 물산들은 향시가 열리는 청풍읍장에 가지고 나와 난전을 펼쳐놓고 직접 팔거나 아니면 상인들이나 경강상인들에게 직접 넘김으로써 이문을 남겼다. 그러던 것을 청풍 읍내 상인들이 도가를 만들어 모든 직거래를 막았다. 경강상인들이나 보부상들은 서로 직접 거래를 할 수 없었고 반드시 청풍도가를 통해서만 물건을 거래할 수 있도록 규약을 바꿨다. 하다못해 양식 몇 되 박, 계란 한 줄, 푸성귀 한 줌을 팔더라도 도가에서 장세를 명목으로 발행하는 험표를 구입해야만 했다. 표면적으로는 잡상인들을 막고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제로는 관아의 비호 아래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함이 우선이었다.

“나라서도 금난전권을 없앤 지가 언젠데 도가에서 그따위 짓을 한디야?”

“나랏님이 아무리 잘하려 해도 무슨 소용이여!”

“그런 소리 말어! 다 한통속이여. 그들이 언제 백성 생각했더냐?”

“맞어, 지들이 배곯아본 적이 없는 디 백성들 배고픈 사정을 안다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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