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설 명절 직전, 국내에서 가장 큰 이슈는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면제사업 발표였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으로 계획된 대형 국책사업으로 총 24조2천억원에 달하는 규모이다. 그 중 충북은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약 1조5천억원이 들어가는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이 선정되었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목표∼청주∼강릉의 철도 교통시간이 2시간가량 단축돼 3시간 30분이면 가능하게 된다. 명실상부한 국토의 X축 철도교통망이 완성되는 것이다. 나아가 유라시아대륙을 연결하는 국가물류균형의 기틀이 된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의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여론이 많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냉정하게 평가하고 철저히 준비해야만 한다는 시각도 간과할 수는 없다. 철도와 같은 국가 기반시설은 그 자체의 효과(건설·고용)가 매우 큰 사업이긴 하지만, 사업 자체의 시행만을 생각하고 다음 단계의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면 자칫 제2의 4대강사업에 머무를 수 있다. 4대강사업의 가장 큰 실패는 자연환경에 커다란 훼손을 가져 오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토목사업(보 건설) 다음으로 이어지는 연계사업이 거의 없거나 매우 부실했다는 것이다. 보 설치로 인한 홍수조절, 가뭄해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나마 기대했던 친수공간을 이용한 지역발전 효과도 물거품이 되었다.

충북선 고속화는 자연환경을 많이 훼손하지는 않으나, 그 사업 자체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점점 줄어드는 인구, 기존 경부축 주변지역의 도시화 가속, 국내 관광수요의 감소, 현재 충북선의 통행량, 자동차교통과의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은 경제적 타당성만으로는 불리한 여건이 너무 많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목포-강릉의 철도시간 단축은,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전남과 강원을 이어주는 통로로써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며, 중간에 위치한 충북은 두 지역을 씽씽 달리는 기차를 바라만 봐야 할지도 모른다.

과연 목포 주민이, 강릉의 주민이 중간 지역인 충북에 내려야 할 충분한 요소나 매력이 있는가? 철도 고속화 사업의 토목건설 효과는 완공되는 2026년 이후가 지나면 사라지게 된다. 고용유발 효과가 있겠으나 1조 5천억 원의 사업치고는 성공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충북선철도 사업이 다른 지역으로의 빨대효과 또는 통로효과에 그치지 않도록 지금부터 충북만의 특성을 살린 그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 미래 유라시아대륙의 연결망이 완성되었을 때 북한을 거쳐 이동하는 사람이나 물류에게 충북은 목적지 중 하나가 돼야 한다. 바다가 없고 뚜렷한 관광지가 없는 충북으로서는 쉽지 않은 숙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을 흉내 낼 것이 아니라 충북만이 가지고 있는 것을 찾아내어 보전, 발전시켜야 한다. 미래에는 멋진 빌딩이나 건물, 잘 조성된 관광시설 보다는 잘 보전된 자연환경을 더 많이 찾게 될 것이며, 이런 면에서 충북은 타 지역에 비해 아직까지는 강점을 지니고 있고, 미래에 충분한 성장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복잡한 도시의 생활을 벗어나 쉬어가는 곳, 머무는 곳으로써 충북을 만드는 것이 충북선철도 고속화를 활용한 지역발전 전략 중 하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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