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한 군데서라도 내말을 들어주는 곳이 있어야 뭘 어떻게 해볼 것 아니유. 도가에서는 안 받았다 하고, 관아에서는 잃어버린 물건을 가져오라 하니 지가 뭘 어쩌겄슈. 생가슴만 앓고 돌아설 수밖에요. 내 원 참 기가 막혀서…… 콧구멍이 둘이니 숨을 쉬지 아니면 벌써 틀어막고 뒈졌을거유!”

심마니 근수는 거북이 등 같이 갈라진 거친 손으로 자신의 코를 틀어막으면 죽는 시늉을 했다.

“그놈들은 몽땅 도적놈들이유! 아마도 십중팔구는 도가와 관아가 서로 짰을 것이오! 그런 귀한 천삼을 도가에서 독단적으로 어찌 하지 않았을 것이고 분명 김주태가 그 물건을 원에게 바쳤을 거외다. 그러고는 모르는 척 하자고 짜고 입을 닦았겠지. 쥐뿔도 없는 촌놈 하나 병신 만드는 일을 닭 모가지 비트는 것보다 쉽게 하고, 남 가슴 아픈 것은 눈가에 눈꼽 만큼도 여기지 않는 놈들이 그놈들 아니오이까?”

“너무나 억울해서 복장이 터질 지경이오!”

심마니 근수는 속에서 열딱지가 치받치는지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팡팡 쳤다.

“그런 놈의 새끼들은 불알을 까서 아예 종자를 말려버려야 한다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사내가 심마니 근수와 함께 울분을 토해냈다.

“당신은 누구요?”

김상만이 물었다.

“내는, 서창나루에서 온 황칠규외다. 청풍도가 횡포는 농사꾼들한테만 그러는 것이 아니오! 행상 댕기는 도부꾼들한테도 뭐만 있으면 붙여 알뜰이도 뜯어내는 놈들이 그놈들이오. 내가 얼마나 황당한 일을 당했는지 내 말 좀 들어보우. 내는 원래 소금 장사였소. 다들 알고 있다시피 이전에는 마을마다 나루터에서 소금들을 사고팔고 했잖유. 내도 이전에는 우리 서창나루에서 경상들한테 직접 소금을 떼서 인근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다우. 그런데 언젠가 청풍서 상계를 만든다며 읍내로 모이라는 거유. 그런데 내는 그들처럼 업으로 장사를 하는 장사꾼도 아니고 그냥 가용에나 보태는 됫박장사라 가지를 않았다우. 그런데 지들끼리 도가라는 것을 만들더니 도가를 통해서만 소금을 받아가 팔게 하는 기라. 경상들도 도가와 짰는지 아예 서창나루에 배를 대지 않고 청풍 읍내나루로 올라가버리니 우리 서창에서는 소금을 구할 수 없는 거요. 그리고 청풍도가에서 소금장사가 와 이전에는 한 되에 서너 푼 하던 것을 일고여덟 푼을 받고 심지어는 일 전까지도 받으며 폭리를 취하는 거요. 아무리 장사가 냉기려고 한다지만 해도 너무 한 거 아니오이까?”

서창에서 왔다는 소금장수 황칠규가 황당해했다.

“소금 한 되에 일 전이면, 상미도 두 되는 사겠슈다!”

좋은 상품 쌀 한 섬에 다섯 냥쯤 하니, 한 말이면 오 전, 한 되면 닷 푼이었다. 그러니 소금 한 되에 일전이면 상미 두 되는 살 수 있었다. 소금 한 되에 쌀 두 되라니 폭리도 이만저만한 폭리가 아니었다. 황칠규가 장사를 할 때는 쌀 두 되 값이면 소금 세 되를 사고도 남는 돈이었다. 그런데 청풍도가에서 소금을 전매한 이후 소금 값이 폭등한 것이었다. 소금 값이 쌀값보다도 비싸니 서창 사람들의 불만이 대단했다. 그렇다고 소금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는 일이었다. 황칠규가 어떻게라도 소금을 싸게 받아보려고 청풍도가를 찾아갔다.

“비싸면 안사면 될 일 아닌가? 도가 회원이 아닌 사람에게는 소금도 안 주오!”

소금 값이 너무 비싸다는 황칠규의 불만에 청풍도가에서는 값을 내려주기는커녕 서창 소금장수인 황칠규에게는 소금 자체를 공급해 줄 수 없다며 잘라버렸다.

“소금 없이 우리 동네 사람들은 어찌 살란 말이오이까?”

“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니고, 소금을 받아다 팔려면 입회를 하시오!”

“입회?”

“우리 도가에 입회를 하란 말이오!”

“도가는 뭐고 입회는 뭐요?”

“도가도 모르고, 입회도 모르면서 뭔 장사를 하겠다는 건가? 도가는 장사꾼들이 모여 이런저런 것들을 논의하는 곳이고 입회는 장사꾼들이 거기에 들어오는 것이오. 앞으로는 장사를 하려면 장사꾼들은 도가에 들어와야 하고 도가 회원이 아니면 장사를 할 수 없네!”

“그럼 나도 도가에 넣어주시요!”

“도가에 입회하려면 입회비를 내야 하오!”

“내 발품을 팔아 내 장사하는데, 도가에 돈은 왜 내오?”

서창 소금장수 황칠규는 청풍도가에서 하는 짓거리를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