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정성' 野 공세 극복 과제...국정 장악력 저하 우려
북미회담 후속 대비 필요성...연휴 속 상황 점검 가능성
총파업 예고한 민노총에 부담...완전체 경사노위 '물음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설 연휴에 들어갔다. 지난해보다 하루 늘어난 닷새가 연휴로 주어졌지만, 국내외 산적한 현안을 뒤로한 채 오롯이 휴식만 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1일 업무를 마친 뒤 2일부터 6일까지 설 연휴를 공식일정 없이 휴식을 취한다. 연휴 기간 가족과 함께 보낼 예정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올해 설 연휴 역시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뒤 이어진 사흘 간의 짧은 설 연휴에 제대로 쉬지 못했던 것과 유사한 흐름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평창올림픽 홍보를 위해 경기 현장을 찾은 데다, 만나는 해외 정상들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이끌어낸다는 이른바 '평창 구상'의 제시하고 설득하느라 휴식다운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었다.

지난해에는 국가적 차원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남북 정상회담으로 가는 발빠른 외교전 때문에 설 연휴를 반납했듯, 올해 설 연휴 역시 문 대통령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과제들이 가득하다.

가장 큰 과제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 구속으로 약해진 국정 동력을 회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선 공정성 의심이라는 프레임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야당의 공세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최측근의 구속으로 입었을 심리적 충격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과는 별개로, 청와대를 향해 좁혀오는 야당의 정통성 시비에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고민의 지점이다.

청와대가 "최종 판결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는 김의겸 대변인의 짧은 입장 메시지 외에 이렇다 할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 것도 고민이 깊은 이면을 짐작케 한다.

김의겸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김 지사 구속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반복된 질문에도 불구하고 "답변드릴 위치에 있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누구보다 강조해왔던 문 대통령인데, 자칫 섣불리 대응했다가는 거꾸로 야당에 '내로남불'이라는 더욱 거센 공세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신중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민주당은 '양승태 국정농단 사법부'에서 이뤄진 정치보복 재판이라는 프레임으로 야당의 공격에 맞불을 놓는 것과 별개로 특별한 대응을 자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당선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의 '대선 공정성 훼손'이라는 프레임의 덫에 청와대가 굳이 걸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이번 판결에 대한 어떠한 식으로든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순간, 삼권분립 위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유구무언'의 처지로 지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 기간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확정 발표도 최대 현안 중 하나로 꼽힌다. 결과에 따라 후속 남북 정상회담 등을 준비해야 하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첫 여름 휴가 때도 휴가지인 진해에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두 나라 방산분야 협력을 당부했을 정도로 중요 현안 대응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번 연휴 중에도 참모진들로부터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후속 실무협상의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 직원들은 연휴 중에도 비상근무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가 이번 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함께 우라늄 농축시설 신고·폐기까지 폐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긍정적인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변인이 전날 "북미 간 협상에 있어서 진척된 내용"이라며 "따라서 2월 말로 예정돼 있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감지되는 협상 진행 상황에 기반한 근거 있는 낙관론으로 해석된다.

표류 중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정상적인 가동 역시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민주노총의 참여 없는 반쪽짜리 경사노위만으로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등 노사정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현안을 풀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2월 임시국회를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을 처리한다는 정부 방침을 밀어붙이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철도 파업, 화물연대 파업, 조흥은행 파업 등 노동계의 굵직한 연쇄 파업으로 인해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가 좌초됐던 노무현 정부의 트라우마를 답습하고 싶어하지 않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운명'에서 참여정부 당시를 회고하며 "노동계의 조급함이 결과적으로 참여정부 입지를 약화시킨 게 사실"이라며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가 오히려 개혁을 가로 막기도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광주형 일자리가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무척 반갑다"고 언급한 데에서 완전체 경사노위 출범에 대한 간절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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