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2월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돌린 지 며칠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한 달이나 지났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새해 인사를 한다. 그런데 그게 어색하지 않다. 아마도 그것은 2월엔 바로 우리의 민속 명절인 설날이 끼어 있기 때문이리라. 더구나 올해 설날은 입춘 바로 다음날이다. 봄 마중을 한다는 입춘 절기 바로 다음 날이 음력으로 새해의 첫날이라니 올해 설날은 그 의미가 더욱 새로운 느낌이 든다.

우리는 예로부터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글을 써서 벽이나 대문, 들보 또는 문짝이나 문지방 등에 붙여놓곤 했다. ‘입춘에 크게 길하다’라는 뜻의 이 글귀는 새봄을 맞아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원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하겠다. 입춘첩 또는 춘첩이라고 하는 복을 기원하는 이런 글월에는 ‘입춘대길’ 이외에도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글월도 많이 쓰였다. 세울 건, 햇볕 양, 많을 다, 경사 경 자를 쓰는 이 글월은 맑은 날이 많고, 좋은 일과 경사스런 일이 많이 생기라고 기원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 요즘엔 춘첩을 써서 붙여 놓는 집이 많지는 않지만 어쩌면 이런 축복의 글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국민의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는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입춘에 쓰인 축문에는 ‘입춘대길’이나 ‘건양다경’ 이외에도 봄을 맞아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하는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고, 자손은 만대까지 번영하라)’나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 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쌓여라)’ 등과 같은 글월이 쓰이기도 했으니 좋은 일이 있기를 축원하는 조상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새삼 느껴진다. 그런 글귀에 담긴 축원처럼 새봄을 맞아 독자 여러분에게도 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한 해의 시작인 음력 정월 초하루인 올해의 설날은 입춘 바로 다음 날이다. 입춘이 갖는 축원이 설날로 바로 이어지니 올해의 설날은 그래서 더욱 축원과 축복의 의미가 더욱 큰 날이리라. 예로부터 설날은 이칭이나 별칭이 많았다. ‘설날’, ‘원일’, ‘원단’, ‘원정’, ‘원신’, ‘신일’ 등으로 불려졌다. 그렇게 많은 이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날이 갖는 다양한 의미와 축복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그 여러 이름 중에서 ‘신일(愼日)’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이는 근신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새해를 맞아 설레고 복된 마음가짐을 갖되 조심하고 근신하는 태도를 갖어야 함을 가르치는 조상님의 슬기도 담겨 있던 것으로 여겨진다.

올해는 특히나 황금 돼지띠의 해라고 한다. 인류와 운명을 같이 하며 살아온 가축인 돼지가 갖는 의미 속에는 풍요로움이 들어 있으니 올해 설날 아침에 내리는 축복의 메시지인 ‘복 많이 받으세요’의 복(福)의 의미 속에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요소가 참으로 가득하다 하겠다. 건강함과 부유함과 풍요로움 등 온갖 복이 우리 모두에게 가득 가득 내리는 새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특별히 필자는 그 복을 어린 아이나 청소년들이 많이 받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복,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복, 어른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복, 꿈을 가지고 그 꿈을 향해 노력하며 행복해 할 수 있는 복이 자라나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한없이 내려지기를 기원한다. 또 더 이상 어린 아이나 청소년에게 부끄럽고 창피해 하지지 않아도 될 양심의 복이 어른들에게도 내려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어린 아이의 그 순수하고 맑은 눈 빛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복이 어른들에게도 제발 함박눈처럼 수북수북 내려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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