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씨도 참으로 무던한 사람이구려. 그 귀한 것을 남에게 맡겨두고 여러 날이나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요?”

“천삼만 팔리면 편안하게 살 생각만 했지유.”

“도가에 가서 어떻게 됐답디까?”

“도가에 갔더니 도가에서 하는 말이 산삼이 아니라 하수오 뿌리라는 거유. 이 나이가 되도록 코를 땅에 박으며 산비탈을 두더쥐처럼 뒤지며 살아온 내가 산삼과 하수오 뿌리를 구별할 줄 모르겠슈? 그래서 그럴 리가 없다며 내가 가져왔던 그 하수오 뿌리를 도로 내놓으라고 했지유. 그랬더니 그깟 하수오를 뭣하러 여적지 보관을 해두느냐며 구석에 던져주었더니 개가 물어갔는지 없어졌다고 시렁치도 않게 말하는 거유.”

“늙은 개가 회춘할라고 물고 갔나?”

심마니 근수 이야기를 듣던 놈이 하수오 효능을 지껄이며 킬킬거렸다.

“여느 산삼 같으면 덜 억울하겠어유. 산삼 중에도 으뜸이라는 천종이었단 말이유.

“죽일 놈들! 그래 가만히 있었소?”

“그게 어떤 물건인데 가만히 있었겠슈. 천종을 찾아보려고 무슨 짓은 안 해 봤겠어유. 그걸 찾아내라고 발광이란 발광은 다 떨었지유. 도가 앞에 가서 소리치고, 드러눕고, 장날마다 장터를 돌아치며 천삼 얘기를 퍼뜨렸지유. 그러자 그래도 소문나는 것은 거슬렸는지 지를 도가로 오라고 불렀어유. 가니 거기에 김주태가 있었어유. 김주태가 하는 말이 자기는 삼은 낯짝도 본 적 없고 아마도 아랫것들이 뭘 받았다가 잃어버린 모양인데 그건 잊어버리고 대신 앞으로 다른 약초를 가져오면 잘해 주겠다는 거유. 그러니 동네방네 다니며 헛소문을 내고 자꾸 귀찮게 하면 붙잡아다 치도곤을 놓겠다며 으름장까지 놓더라구유. 그러더니 그냥 넘어가기는 뒤가 캥겼는지 쌀 한 섬 줄 테니 그거나 가지고 가서 국으로 잠자코 있으라는 거유. 그래서 내가 천삼은 부르는 게 금이니 쌀은 필요 없고 내가 맡긴 것이나 도로 달라고 몽니를 부렸어유.”

심마니 근수 말처럼 천삼은 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워낙에 발견하기 힘든 귀한 약재인데다 효능도 뛰어나다보니 금덩어리를 주고서라도 사겠다는 사람이 널려있었다. 한 뿌리에 수백 섬을 달라 해도 살 사람은 줄을 이을 터였다. 그런 천삼을 그것도 세 뿌리나 꿀꺽 삼키고 쌀 한 섬을 주겠다니 아무리 순진한 산골 심마니라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길래, 고을 관아 원에게 가서 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더니 맘대로 하라는 거요.”

“관아나 도가나 그놈이 그놈이고, 그 밥에 그 나물인데 당신 편을 들어주겠슈?”

“지도 관아도 돈 있는 도가 편을 들지 아무것도 없는 산골 무지랭이 편을 들어줄 리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워쩌겠어유. 아무런 방법이 없으니 원이라도 찾아가면 무슨 방도가 있을까 했지유.”

“그래, 관아에 가서는 원을 풀었슈?”

“풀긴 뭘 풀어! 그렇게 귀한 천삼을 도가에서 단독으로 먹었겠냐? 관아에 바치고 도가에서는 큰 걸 뭐하나 받았겠지. 당연한 거 아녀?”

“그렇다손 쳐도 남의 귀한 물건을 그렇게 무참하게 떼어먹을 수 있남?”

“언제는 그놈들이 그런 것 생각하고 도둑질 했남?”

“암막해두 심마니 당신이 당한 것 같슈?”

“맞어유. 아무 소용이 없었어유. 한통속인지 두통속인지는 알 수 없지만서두 도가에서 당한 일이 하 억울해서 관아를 찾아갔더니만 원님은 보여주지도 않고 아전이 뭐라는 중 아시우?”

“뭐라던가?”

“그런 사사로운 일은 니들끼리 해야지 그깟 걸 가지고 관아를 찾아오느냐는 거유. 그래서 관아에서 백성들 억울한 일을 살펴주지 않으면 누가 하느냐고 반문했더니만 자기들은 나랏일 하기도 바쁘니 자질구레한 그런 일언 서로서로 양보하고 도와가며 살라는 거유. 그래 백성일이 나랏일이고 나랏일이 백성일 아니냐고 했더니, 벌컥 화를 내며 적안귀를 해가지고 네 놈이 부실해서 네 놈 물건을 잃어버리고 나서 어디 와서 포악질이냐며 네놈이 잃어버렸다는 천삼인지 나발인지 그 증거를 내놔보라는 거유. 물건이 없어졌다고 찾아달라고 왔는데 그 물건을 내놓으라니 그게 말이유 똥이유?”

“똥이여. 똥만도 못 혀! 구술아치나 벼슬아치나 백성들을 똥으로 보니 그러는 거 아녀? 그래 어떻게 됐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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