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구가 관아에서 관리하던 삼포가 어떻게 도가로 넘어가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본래 인삼은 나라에서 특별하게 관리하는 품목이었다. 인삼은 수삼이든 가공한 삼이든 고가의 물품이었기에 개인이 사사로이 팔고 사는 것을 금했다. 또 중국이나 일본으로의 인삼 밀수출은 발각되면 사형에 처할 정도로 엄격하게 금지했다. 그러나 아무리 엄금한다 해도 돈이 되는 물품의 흐름을 제도로 막는다는 것은 귀신도 불가능했다. 더구나 요즘처럼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고 뒤죽박죽인 시대에 국법을 운운하는 것조차 비웃음을 살 일이었다. 위로는 대궐의 높으신 관리들로부터 아래로는 저잣거리의 품팔이꾼에 이르기까지 나랏법을 어기는 것은 다반사였다. 오히려 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보고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인삼 거래 또한 온전하게 지켜질 리가 만무했다.

오래전부터 나라에서는 외국으로 가는 사신이나 역관에게 여비로 포삼을 지급하였다. 포삼은 수삼을 찌고 말려 가공한 붉은색의 삼으로 관제홍삼이라고도 했다. 이 관제홍삼을 사신이나 역관에게는 이백 근, 장사꾼들에게는 팔백 근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었다. 그렇지만 이 규정을 지키는 관리나 장사꾼은 하나도 없었다. 조선의 인삼은 중국인에게 워낙에 인기가 좋았다. 그만큼 조선 인삼은 중국에서 고가품에 팔렸다. 그러다보니 사신으로 나가는 관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득에 눈이 밝은 장사꾼들이 그 규정을 지킬 리 만무했다. 나라에서 허가한 양보다 더 많은 포삼을 가져가기 위해 갖은 편법과 불법을 저질렀다. 또 장사꾼들은 어떻게라도 사신을 따라가기 위해 거액의 약채를 사신으로 갈 관리에게 바쳤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삼의 밀거래가 암암리에 이루어졌다.   

청풍관아 관할 내에도 몇몇 군데 인삼포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인삼을 재배해오고 품질이 뛰어난 곳이 대전리 인삼포였다. 그래서 청풍관아에서도 특별하게 관리해오던 곳이 대전리 삼포였다. 대전리에서 수확된 삼은 대부분 전량 관아에서 나와 징발해갔다. 그 대신 관아에서는 삼포 농가에 품질이 떨어지는 잔여 삼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워낙에 인삼이 귀하고 비쌌던 까닭에 아무리 하품이라 해도 인삼 농가에서는 그것만 팔아도 택택하게 살림을 꾸려갈 수 있었다. 그러니 그것도 이전 이야기였다. 인삼 밀거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며 청풍도가에서는 청풍관아와 결탁을 맺고 인삼포 관리를 넘겨받았다.

“그래도 청풍관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단 말이요?”

“생길게 뭐 있소! 장사꾼놈들과 벼슬아치들 속여먹는 수법이 어디 한두 가지요. 다 빠져나갈 구멍을 봐두고 했겠지!”

“인삼포에서 나오는 물건은 똑같은데, 두 놈들이 결탁을 했다면 관아에서 먹을 게 줄어들 것 아니오? 그런데 어떻게 한 통속이 되었을까나.”

“거기도 뭔 내막이 있겄지!”

언구 이야기를 듣던 구경꾼들이 저마다 궁금증을 토해냈다.

“처음에는 도가에서 나와 관아로부터 허가를 받아 우리 삼포 관리를 자기들이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유. 그래서 내가 깜짝 놀라 그건 나라에서 금하는 일인데 그리 해도 아무 탈이 없겠느냐고 물었지유. 그랬더니 하는 말이 너는 그런 걱정 말고 인삼 농사나 잘 지으라는 거유. 그러더니 나한테 사탕발림을 하는 거유!”

“무슨 사탕발림을 했단 말이오이까?”

“지금까지 인삼농사를 지을 때는 모든 것을 내가 하고, 관아에서는 수확 때만 와서 삼을 수거하고 나머지는 내가 처분해서 종자 값도 빼고 몇 년 동안 일한 댓가도 그걸로 충당했지유. 그런데 청풍도가에서는 종자 값은 물론이고 우리 식구들이 일하는 품삯도 자기들이 몽땅 대주겠다는 거유. 이런 농사만 있다면 누워 떡먹기 아니유? 그래가지고 다른 생각은 해보지도 않고 덥석 그리 하겠다고 했지 뭐유. 그때 조금만 더 생각을 해봤어야 했는데…….”

언구는 자신의 성급한 결정에 대해 몹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 같이 대대로 천시만 받으며 살아온 무지랭이들에게 무슨 복이 생길 리 있겠소이까. 우리가 우리 힘으로 꿈적거리지 않았는데 뭐가 그냥 생긴다고 했으면 의심을 해봤어야 하는데 그놈의 욕심 때문에 복이 화가 된 거지! 그저 우리 팔자는 죽으나 사나 지 힘대로 일해 먹는 게 상수 아니겠소이까?”

독쟁이 도운이 안타까워하는 언구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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