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의 최 정점에 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결국 구속됐다. 사법부 70년 역사 이래 전직 대법원장 구속은 처음 있는 일로, 이를 계기로 사법부가 대대적인 개혁을 이루어야 할 때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국민의 가장 큰 신뢰를 받아야 할 사법부가 행정·입법 등 다른 권력과 이익을 주고받는 재판거래를 해왔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법원 스스로 상당 부분 인정한 셈이다. 사법부 내에서 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현 사법체계가 언제든지 사법의 사유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체제라는 점을 법원 스스로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사법부는 소위 제왕적 권한을 갖는 대법원장이 인사권 등 사법행정권 전반을 독점하면서 외부로부터의 사법부 독립은 물론 법원 내부의 재판독립까지도 쉽게 침해돼 왔다는 얘기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일본 전범기업 측 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재판의 진행상황 등을 사적으로 논의한 혐의는 대법관마저도 대법원장에 의해 재판독립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사유화하고 전횡을 휘둘렀다는 의혹이 사실로 소명된 만큼 이번 기회에 사법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판사의 관료화, 줄 세우기 인사 구조 등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는 사법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관료적 사법행정의 구조적 개혁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최근 대법원장이 독점하는 사법행정권한을 정부와 국회 등 외부기관이 추천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해 맡기는 방안이 제기 되고 있다. 이 방안은 위원 구성에 정부와 국회 등 사법부 외부기관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법원 주도하에 외부위원을 구성하는 사법행정회의 방안보다 진일보한 개혁방안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판사 관료화의 해결방안으로 거론되는 법원행정처 탈(脫)판사화와 고등법원 부장판사 폐지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두 방안 모두 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놓은 사법개혁 방안으로, 현재 점진적·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일부 판사들이 김 대법원장이 제시한 사법부의 개혁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나서면서 법원이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나서는데 소극적이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개혁의 흐름에 속도가 붙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지난해 활발히 논의되다 주춤해진 특별재판부 도입 논의도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법농단 의혹 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 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은 다수의 전·현직 고위 법관이 연루된 이 사건의 재판 공정성을 위해 심리를 전담할 특별재판부와 특별영장판사를 두는 내용이다. 이 법안 역시 통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다.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이 자칫 보수성향 판사들의 집결로 이어질 경우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직위를 이용해 사법부의 판결을 좌지우지 하는 일이 재발해서 안 된다는 점은 사법부가 온 국민 앞에 천명(闡明)해야 할 일이다. 판사들은 사법부의 본질이 무엇인지 숙고해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 조직의 안위보다 국민 입장에서 바른 길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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