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하 청주오송도서관 사서

죽을만큼 힘든 순간에 왜 평범하기 그지없는 떡볶이를 먹고 싶었을까?

단순히 ‘떡볶이’를 정말 좋아해서 먹고 싶다고 하기에는 다소 극단적인 제목의 의미를 곱씹어보며 첫 페이지를 열었다.

“참을 수 없이 울적한 순간에도 친구들의 농담에 웃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허전함을 느끼고, 그러다가도 배가 고파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나 자신이 우스웠다. 지독히 우울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애매한 기분에 시달렸다.”

동시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구절이 아닐까 싶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도 많지만 그런 순간에도 ‘소확행’,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취함으로써 그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갈 숨구멍을 찾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하루하루 버티는 힘을 ‘떡볶이’를 먹는 것처럼 사소한 욕망들을 채우는 것에서 그 의미를 찾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고 불안정한 미래를 마주하며 나를 찾는 과정에서 고통을 겪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닐까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질 때, 이 책으로 위로가 되고 내일을 마주하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이게 난데 뭐’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훨씬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아니, 모든 건 유동적이니까 삶도 파도처럼 널뛰며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할 거야. 오늘 우울하면 내일 행복해지고, 내일 행복하면 또다시 우울해져도 돼. 나를 사랑하기만 하자.”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나는 단 한 사람이고, 내가 나에게 애정을 쏟으며 때로는 보듬으며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나를 다듬고 사랑하다보면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힘든 일이 한꺼번에 오더라도 굳건하게 나를 지킬 수 있는 자아를 발견할 것이다. 나아가 저자처럼 나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고 느끼는 순간에도 따스한 마음을 잃지 않고 주변 사람들까지 돌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가벼운 우울증을 앓는 저자가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내용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에세이이다. 경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그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었다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정서적 고립감과 고민들을 타인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힘들어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자의 이야기는 잔잔한 공감과 위로의 말을 건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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