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도운과 금만춘이 일을 분담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 도운도 다른 독쟁이들처럼 항아리를 만들고 굽고 파는 일을 혼자서 해왔었다. 파는 것도 처음에는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대로 집에서 앉은장사를 했다. 도운이 만드는 독을 써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다시 또 도운이네 가마를 찾아왔다. 질도 좋고 값도 저렴해서였다. 사람들은 집에서만 팔지 말고 독을 좀 더 만들어 장에도 나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가마를 열면 직접 만든 독을 지고 청풍장을 나가보기도 했다. 장에 나가보니 독장수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독장수들 틈에 끼여 독을 팔아보려고 해도 도대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라도 말을 해서 장꾼들을 끌어들여야하는데 말문이 터지지 않으니 말뚝처럼 서있는 도운이 앞을 그냥 스쳐갈 뿐이었다. 장사는 물건의 질보다도 수완이 우선이었다.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사람들이 사서 써보지 않으면 헛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장사는 파는 것이 먼저였다. 그런데 손재주만 뛰어날 뿐 말재주는 허방인 도운은 항아리를 지고 나갔다가 그대로 지고 되돌아오는 날이 허다했다.

그러다 만나 것이 금만춘이었다. 금만춘도 장사가 업이지는 않았다. 나이도 도운에 비하면 따질 처지도 아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게 된 것은 어려서부터 금만춘은 수완이 좋기로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다. 마을사람들이 심부름을 시키면 장에 나가 똑같은 물건을 가지고 나가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금을 받아왔다. 그러자 사람들은 장에 갈 일이 있으면 금만춘에게 부탁을 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온 장사꾼은 아니더라도 반 장사꾼은 되어 청풍장터를 수시로 드나들게 되었다. 그래서 도운도 금만춘에게 독을 팔아달라고 청을 넣었던 것이었다. 지금까지 도운과 금만춘은 서로 반반씩 이득금을 나눠먹었다. 도운은 독 짓는 재주는 있지만 파는 재주가 없고, 금만춘은 만드는 재주는 없지만 장사 수완이 있으니 자기 재주를 가지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벌어먹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청풍도가에서 도운의 가마로 사람이 찾아왔다.

“도공, 우리한테도 항아리를 좀 대주십사 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요!”

청풍도가에서 왔다는 사내는 정중했다. 더구나 도운에게 도공이라는 호칭까지 붙여주었다. 도운은 그 호칭을 들으며 남의 옷을 걸친 것처럼 부자연스러웠지만, 모처럼 사람대접을 받는 것만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도운이 평생 양평에서 독을 만들며 살아왔지만 사람들로부터 대접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백정처럼 어른이나 애나 대놓고 천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독쟁이도 백정 못지않게 무시를 당하며 여태까지 살아오고 있었다. 옹기쟁이, 독쟁이, 흙두더쥐라고 부르며 하대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청풍도가로부터 온 사람에게 도공이란 말을 들으니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도 생기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우리 항아리를 가져다 뭘 어떻게 하시겠다는 말씀이신지 지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요.”

도운은 항아리를 대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사내에게 다시금 되물었다.

“우리 도가에 도공이 만든 항아리를 팔 수 있도록 물건을 좀 대줄 수 없겠느냐는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요.”

“우리 항아리는 지금 팔러 다니는 마을 총각이 있습니다요!”

도운이 사내에게 말했다.

“우리도 알고 있소이다. 금만춘이 아닙니까?”

“그걸 어찌 아십니까요?”

도운은 깜짝 놀랐다. 청풍도가에서 왔다는 사내는 금만춘에 대해서도 환하게 알고 있었다. 사내는 청풍장에서 알았다고 했지만, 금만춘의 식구들과 개인사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아서는 사전에 뒷조사를 해본 것이 틀림없었다.

“만춘이와 지금 반반씩 먹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공께서 우리 도가에 물건을 넘겨주면 팔 할을 드리고 우리는 이 할만 먹겠습니다요. 그리고 만춘이는 장날만 지고 와서 팔지만 우리 도가에서는 상시 물건을 내놓고 파니 항아리도 지금보다 훨씬 많이 팔 수 있습니다요. 또 우리 도가에는 인근 향시를 돌고 있는 장돌뱅이들이 수두룩해서 그들이 장마다 지고 다니며 판다면 도공께서는 앉아서 떼돈을 벌 것이외다!”

사내가 도운에게 허풍선을 띄웠다.

“아, 예에-.”

도운은 사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도운은 사내가 했던 항아리 값의 팔 할을 자신에게 주겠다는 말에 빠져있었다. 팔 할이면 지금 금만춘과 나누는 이익금에 비해 거의 배 가까이 더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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