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에 ‘미투’가 심각한 상황에서 엘리트 체육교육마저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대한체육회 스스로 근본적인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개선될 가능성이 전무 하다. 무엇보다 대한체육회 산하 연맹과 지도자들의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

연세대 체육특기자전형 과정에서 사전 스카우트와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나와 대입 체육특기자전형의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교육부는 의혹이 제기된 연세대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자 대입전형과 관련해 이번 주 중 특별감사를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감사를 통해 문제가 있으면 체육특기자 제도 자체를 검토하겠고 밝혔다. 체육특기자 대입 비리는 고질적인 문제로 이번 기회에 교육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체육특기자 대입비리는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경찰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한체육회 등과 함께 ‘체육특기자 입학비리 근절 특별전담팀’을 꾸려 입시비리가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선수와 지도자를 체육계에서 영구 퇴출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한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체육특기자 전형 입학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화여대는 정유라 사태 이후 체육특기자전형을 폐지했으며, 연세대는 이번 논란으로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트 체육계의 입시비리는 대학이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한 두 대학의 문제가 아닌 만큼 교육부와 문체부, 대한체육회 등 관계기관이 뜻을 모아 정책으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빙상·유도 등 체육계의 잇단 성폭력 피해 문제 역시 하루빨리 대책이 나와야 한다.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이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심석희가 조재범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데 이어 여자 유도선수였던 신유용도 과거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미투’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을 법하다. 이들이 이렇게 용기를 낸 데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체육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더 낳은 기록을 내기 위한 특성상 고도의 훈련과 합숙이 필요하다. 경기를 대비한 합숙훈련 등이 성폭력문제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도 지도자가 권력을 이용해 선수들을 성폭행한 일이 종종 불거졌지만 번번이 피해자들의 주장이 묵살돼 같은 일이 재발한 것이다. 피해자의 문제제기가 묵살된 배경에는 대한체육회의 제 식구 감싸기가 있었다. 대한체육회를 이끌었던 수장들이 사퇴하고 대대적인 인적·제도적 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훈련과정의 투명성은 물론이고 성폭행문제가 제기 됐을 때 가해자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내부 관계자들이 징계 및 상벌에 관여하면서 자행된 관행과 병폐를 방치, 내지는 동조해 왔다. 대한체육회 고위층들이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묵인해 왔던 게 사실이다. 지도자라는 특권을 이용해 선수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부당한 행위를 자행해 온 것이다. 체육회 내부에서는 오랜 병폐라고 알려져 왔던 일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계의 ‘미투’ 영향으로 체육계에서 용기를 낸 만큼 이번 기회에 대한체육회의 나쁜 관행이 근본적으로 쇄신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가 걸려 있는 일이다. 대한체육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먼저 분골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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