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중순이면 사법연수생들의 수료식이 단골 메뉴처럼 사진과 함께 취업자 수까지 언론에 보도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8일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34기는 모두 957명이다. 이 중 군 입대 예정자 144명을 포함하면 취업자는 637명(66.6%)이라고 한다. 군입대자를 뺀 순수 취업대상자로만 본다면 320명(33.4%)이 일자리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일반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자 보다 취업률이 아직은 높다고 하지만 역시 사법연수원 수료생들에게도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 시대의 첫 관문을 통과한 지난해 수료생 33기의 경우 취업자는 78%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이번 수료생 중 법원 지원자는 97명, 검찰 지원자는 94명이었다. 이 중 변호사로 법무법인 등에 취업한 사람이 152명, 단독 개업한 사람이 117명이었는데 단독 개업도 변호사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작년(191명)보다 줄었다고 한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사법연수원 수료생들이 비법조분야인 국회 등 국가기관과 일반 기업,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발을 넓혀 33명이 취업했다고 하니 변호사 수난시대라 해도 대과가 없을 것 같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청주와 대전에서 개업한 일부 변호사들이 한 달 동안 한 건의 사건수임도 못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이 것은 정부가 법률 서비스 제고 등을 위해 시험합격자 수를 늘리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문제점도 만만찮다. 변호사들이 급증하는 바람에 과열된 사건유치 경쟁에다 브로커까지 등장하는 등 법률 서비스의 질적 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런 문제점이 돌출됨에 따라 정부에 사시합격자수를 줄여 줄 것을 여러 차례 건의한 바 있다. 사시 합격자 중 사법연수원을 거쳐 매년 판검사로 임명되는 숫자가 적어 변호사로 개업하는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한정된 사건을 나누는 바람에 사건수임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와 사법연수원 관계자들은 지난해 5월께 연수원 수료생 거의 전원이 취업했었는데 2월 중 법원과 검찰의 임용이 끝나고 법률구조공단과 감사원·외교통상부·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채용이 마무리되면 올 수료생도 취업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법연수생들의 입장에선 어려운 사법시험을 통과한 결과가 취업하기조차 어려우니 참담한 심정이 들 것이다. 그러나 법률서비스의 질적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법률서비스의 문호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의 입장에선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법조분야의 문턱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너무 높았고, 법률서비스에 대한 비용도 일반 국민들이 감당키 어려운 데다 법률서비스에 대한 욕구충족도 미흡했기 때문이다.

오는 2008년 로스쿨 첫 신입생을 모집하면서 법조인 양성시스템이 바뀌겠지만, 아직도 많은 젊은이들이 사법시험을 위해 대학 4년도 모자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20~30대, 심지어 40대까지 청춘을 불사르고 있다. 이것은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이자 인적자원의 큰 낭비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인구 당 변호사수가 우리나라보다 90배 이상이나 되는 미국사회는 모든 것을 법에 의해 해결하는 계약사회이기에 그 만한 법률수요가 있겠지만, 우리사회는타협으로 해결하려는 인정사회이기 때문에 우리사회의 변호사 과잉문제는 당분간 확대재생산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채용을 과감하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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