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신비 살아숨쉬는 곳
대자연의 신비 살아숨쉬는 곳
  • 충청매일
  • 승인 2005.01.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기교수의 티베트 기행 ③
   
 
  ▲ 해발 4천m가 넘는 고원의 유채꽃밭. 설산과 조화를 이루어 더욱 화사하다.  
 

2004년 7월28일 11시쯤 시내를 벗어나 장도에 올랐다. 날씨는 무덥고 후텁지근해 어려운 노정을 예고하는 듯 했다. 얼마쯤 갔을까, 길가에 ‘석상호생태풍경구’라는 간판이 있어 찾아드니 호수 옆 꽤 넓은 구릉엔 형형 색색의 들꽃들이 심겨져 있고 주변엔 연못의 만개한 연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지 않고 웬만하면 고치고 새로 만드는 그들 특유의 손길이 잘 드러난다. 돌 쌓아 산 만들고 물 끌어들여 호수 꾸미는 그들의 가산가수(假山假水)하는 역사와 그 규모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만리장성과 절강성 항주서 북경까지의 대운하가 그렇고 장강 삼협의 댐이 그러하다. 하다 못해 폭포의 바위에 홈을 파서 관광객들이 시원한 물줄기를 거슬러 걸어 올라가게 해, 볼거리에 즐길거리를 보태는 그들의 아이디어와 열의는 사뭇 부러울 뿐이다.

중국의 오랜 역사와 그리고 수많은 유적과 유물들, 거기에 넓은 국토와 수려한 풍광, 기이한 절경들이 많아 부럽기도 하지만 파괴가 심각했던 문화 혁명 이후의 그것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관리하고 보호하는 방법과, 관계기관의 다부진 열정은 정말로 대단하다는 것을 여러차례의 여행길에 여러곳을 다니며 공통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일예로 사천성 북부의 황룡(黃龍)이라는 곳은, 왕복 5~6시간이 걸리는 코스에 쓰레기 휴지 조각 하나 볼 수가 없었고,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공무원 봉급의 3배에 가까운 벌금을 물게 해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의 명성답게 원형 그대로 보호되고 있었다.

석상호생태공원을 나오니 본격적인 산악도로로 접어든다. 띄엄띄엄 산밑에 납작 엎드려 있는 마을들을 지나 3천m이상의 고원으로 접어든다. 서부개발이라는 국가 중점사업에 이곳만큼은 제외가 됐는지 도로사정은 열악하다 못해 험악하다.

아안시를 지나니 곧 4천716m 높이에 4㎞가 넘는 길이의 이랑산(二郞山)터널이 시작된다. 2000년에는 공사 중이라 터널 저쪽 노정(爐定)에서 터널을 통과하려면 격일로 오가게 돼 있어 노정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통과한 기억이 난다. 터널을 통과하고 험한 산길을 내려가니 큰 강이 보이고, 곧 노정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 중간에는 장개석의 국민당군에 쫓기는 모택동의 대장정 중 병력손실이 제일 많았다는 그 유명한 노정교(爐定橋)가 쓰라린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대도하(大渡河)의 거친 물살 위에 아직 건재하다.

저녁 7시가 좀 넘어 고원마을치곤 꽤 큰 편인 강정에 도착, 태우호텔에 투숙한다. 시골호텔이라 잠자는 것 빼고의 모든 시설은 기대않는 게 좋다. 횡단산맥을 넘고 대도하, 금사강(金沙江)과 메콩강(爛滄江), 살윈강(怒江) 상류를 건너는 험난한 코스여서 관광객이 올 리 없으니 서비스는 애당초 기대않기로 작정한 터다.

일정이 팍팍한 관계로 29일 아침은 6시에 출발한다. 해발 4천298m의 절다산(折多山)고개를 넘는가 했더니 다시 4천412m의 거이스산 고개가 기다린다. 호흡곤란은 좀 오지만 그래도 절경이다 싶으면 차에서 내려 촬영을 한다. 정 선생과 필자는 고산경험이 있어 덜 하지만 장 사장은 이런 ‘고약한 여행’은 처음이어서 아직 적응이 안되는지 산소통을 대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고원에 가끔 나타나는 그들 전통의 고가옥만 발견하면 열심히 셔터를 눌러댄다. 심심찮게 나타나는 8월의 유채꽃밭도 화려하지만 이름 모를 들꽃소나기가 쏟아진 것 같은 고원의 평야는 정말 숨이 막힐 것 같다. 사람이라곤 살 것 같지 않은 고원이건만 양떼들이 목동도 없이 한가롭다. 초원에 그림자그림을 그려대는 하늘의 구름마저 자기의 형체를 고집하지 않는다. 토고납신(吐故納新)이라던가, 더렵혀진 숨을 토해내고 신선한 공기 마시라는 말이다. 카메라를 옆에 놓고 하염없이 큰 숨만 토해본다.

중국 고대사는 생존공간을 쟁탈하기 위한 유목민과 농경인의 싸움으로 점철된 역사지만 이곳만큼은 그런 얼룩진 내력이 없을 것 같다. 앞뒤, 좌우를 살펴봐도 바람만 움직일뿐 눈 떠 바라보는 드넓은 초원은 뭐라고 인간의 언어로는 형용하기가 힘겹다. 그냥 그 일부이고 싶을 뿐이다. 구태여 덧칠하자면 자유다라고 말하고 싶다. 문화에게 약탈당했던 자유를 이곳에 와서 배급받는 기분이고 좀 더 가불해 쓰고 싶은 심정이다. 숨도 고를 겸 풀밭에 누워본다. 공짜로 아무데나 골라잡아 앉기도 하고 누울수도 있어 자연은 그래서 더 좋은 것 같다.

장비를 챙긴 정 선생이 재촉해 아쉬움만 떨어뜨려 놓은 채 차에 오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