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어떤 사건, 현상 또는 사물이 시작하는 곳을 보통 발원지(發源地)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 정보가 넘치고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 수많은 소식을 접하고 또 찾아 헤맨다. 그래서 대부분 정보의 발원지는 인터넷이다. 얼마 전만 해도 ‘서울 안 갔다 온 사람이 갔다 온 사람보다 남대문을 더 잘 안다’라는 말이 있었다. 잘못 된 정보를 확신하는 사람의 주장은 쉽게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사라진 속담이 되었다. 그래? 정말이야? 라고 놀라움의 반응을 보임과 동시에 한쪽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고 수 초 안에 정답을 알려준다. 참 편리하고, 옳고 그르니 서로 따지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한편으론 좀 삭막한 느낌도 든다. 기계나 인터넷에 너무 의존하는 사회가 되어 간다는 느낌, 또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서로 언쟁과 토론을 벌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가까워지는 기회를 놓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언쟁 과정에서 내 논리를 설득시키기 위해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과 지식을 총 동원하게 되는데, 청소년 시절의 이러한 과정이 개인의 토론 능력이나 가치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스마트폰 때문에 그 기회를 잃게 되었다. 다툼도 없어졌지만 긍정적 기회도 사라졌다. 어떠한 것이 더 바람직한지는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필자는 아쉬움이 크다.

더 큰 문제는 그 스마트폰에서 얻은 정보가 점점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는데 있다. 그거 네이버에 물어봐, 구글 해봐, 라고 했던 것이 얼마 전인데, 이제는 그 정보 진짜야? 가짜뉴스 아냐? 라고 의심을 품게 되었다. 한두 군데 검색해서는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없다. 특히 정치나 개인 간의 갈등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렵고, 너무 많은 가짜 뉴스들이 차고 넘쳐서 쉽게 지친다. 어제 뉴스와 내일의 뉴스가 전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오죽 했으면 유시민 작가가 알릴레오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을까?

최근 인터넷에서는 가수 아이유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었고, 참고 있던 당사자가 사과를 받아주겠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자 의혹과 악플을 달았던 사람들이 올린 글을 자진 삭제하는 우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 현상을 보면서 의혹의 발원지도 궁금했지만, 그 보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이유라는 개인의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라는 의문에 싸이게 되었다. 댓글을 달은 수많은 사람들은 그 정보의 발원지가 어디인지 한번 쯤 고민은 해본 것일까도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접하고 나서 그것이 정확한지를 판단하는 데는 정보를 제공한 사람 또는 매체가 나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진보성향의 사람들은 진보적 매체나 사람들의 정보를, 보수성향은 보수적 매체나 사람들이 올린 정보에 대해서 무조건적 믿음을 갖기 때문에 정확한 발원지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쓰레기 정보의 바다’를 헤매고 있다.

세상에는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보는 관점과 성향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는 일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혹 발원지를 찾았다고 하더라고 그것이 올바른 판단의 근거가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발원지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발원지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아야 그 정보에 대한 나의 생각과 기준을 올바르게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발원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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