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483)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483)
  • 충청매일
  • 승인 2019.01.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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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며 인근마을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장마당도 점점 북적거렸고, 경강선을 기다리고 있는 읍리나루터에도 사람들이 점점 불어났다. 때맞춰 청풍도가 앞에 모이려면 경강선이 지금쯤은 도착해야 했다. 그래야만 배에 선적된 쌀을 나루터 뭍으로 내리고, 그 쌀을 다시 사람들이 지고 읍성 안에 있는 장마당까지 늦지 않게 옮길 수 있었다. 그런데도 올라와야할 경강선은 코빽이도 보이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모처럼만에 만난 사람들과 그간 못한 이야기를 하느라 나루터가 왁자했다. 오늘 장마당에서 무슨 일을 벌일 것인지 아는 최풍원과 임방주들만 속을 끓이며 강 하류 쪽을 바라다보았다. 그때였다.

“배가 올라와유!”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대주, 저어기 어은탄에 배가 보이는구만!”

김상만 양평 임방주가 강 하류를 가리켰다. 김상만이 가리키는 쪽을 보니 황포돛배가 어은탄을 거슬러 읍리나루를 향해 올라오는 뱃머리가 보였다.

“임방주들께서는 각기 자기 마을에서 온 사람들을 마을별로 열을 지워 세우고, 배가 나루에 당도하면 곧바로 쌀을 내려 청풍도가 앞 장마당으로 옮길 준비를 해주시오!”

최풍원의 주문이 떨어지자 각 임방주들이 각자 자기 마을에서 데리고 온 사람들을 정렬시키기 시작했다. 제각각 흩어져 잡담을 하던 사람들이 임방주들의 호명에 따라 자기 마을사람들을 찾느라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경강선이 점차 가까워지자 읍리나루터가 한껏 분주해졌다. 경강선이 뱃머리를 돌려 읍리나루터로 들어왔다.

“최 대주! 많이 기다렸지?”

마덕필이 덕판 위에서 소리쳤다.

“어째 이리 늦으셨답니까?”

“그새 물이 많이 줄었구만! 며칠만 늦었어도 낭패를 볼 뻔 했네. 저 쌀을 싣고 예까지 오려면 지금보다 서너 날은 더 걸렸을 걸세! ”

갈수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겨우내 쌓였던 눈 녹은 물도 떨어지고 이제 장마가 질 대까지는 하루가 다르게 강물 수위가 낮아질 것이었다. 마덕필은 며칠 전 이포로 내려갈 때보다도 며칠 사이에 강물이 줄었다며 배를 끌고 올라오느라 무진 애를 먹었다며 늦은 이유를 밝혔다.

“선주님, 큰 고생하셨습니다. 시간이 촉박하니 우선 선적된 쌀부터 장터로 옮기십시다. 임방주님들께서는 마을별로 통솔해주시오!”

최풍원이 강가 경강선과 나루터에 운집되어있는 사람들 사이에 서서 서로 엉키지 않도록 정리를 했다. 경강선 위에서 나루터 뭍으로 널판이 내려지고 배에 잔뜩 실려 있는 쌀섬들이 뱃꾼들에 의해 하역되기 시작했다.

“대주, 쌀을 실은 사람은 출발을 해도 좋은가?”

김길성 광의리 임방주가 물었다.

“지게에 쌀을 실은 사람들은 각자 움직이지 말고, 자기 마을의 임방주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주기 바랍니다! 임방주님들께서는 마을별로 함께 청풍도가 앞까지 쌀을 옮겨놓고 다시 나루터로 오기 바랍니다. 짐을 다 실었으면 앞머리에 있는 광의리 사람들부터 도가 앞으로 출발을 하시오!”

“광의리 사람들은 나를 따라 오시오!”

김길성이 고함을 질렀다.

김길성의 지시에 따라 광의리 사람들이 제일 먼저 지게를 지고 청풍도가를 향해 일어섰다. 그 뒤를 이어 연론·단리·양평·교리·학현 사람들이 줄줄이 뒤를 이어 일어섰다. 그리고는 강 언덕을 올라 청풍도가가 있는 읍성 장터로 향했다.

“이 쌀섬을 지고 집으로 달려갔으면 좋겠네!”

“그러게, 이 쌀로 가마솥에 밥을 한 솥 그득하게 해놓고 식구들이 둘러앉아 원 없이 퍼먹었으면 더 바랄게 없겠네!”

쌀섬을 지게에 지고 가던 사람들이 어께를 눌러오는 무게도 잊은 채 입맛을 다시며 서로 떠들어댔다.

“이놈들아, 사람 탈을 썼으면 염치가 있어야지. 은혜를 원수로 갚을 작정이냐?”

두 사람의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던 박한달 연론리 임방주가 타박을 했다.

“그게 뭔 소리여?”

“이 쌀들은 니들이 청풍도가에 진 빚을 북진본방에서 대신 갚아주려고 싣고 온 거여!”

박한달이가 자기 마을사람들에게 오늘 모이게 된 연유와 쌀의 용도를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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