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는 전국에서 툭하면 터져 나오는 고질적인 병폐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온갖 개선책이 제시되고 약속을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제자리로 되돌아간다.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를 요구하는 등 볼썽사나운 추태를 부려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7박10일간 미국과 캐나다로 연수를 떠나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특히 가이드 폭행사건은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CCTV가 공개됐으며, 군의원과 의회사무처 직원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도 진행 중이다.

예천군의회의 이번 해외연수에는 의원 9명과 사무국 직원 5명 등 14명이 동행했다. 예산은 1인당 442만원씩 총 6천188만원이 사용됐다. 의원들은 비난 목소리가 커지자 연수비용을 모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전원 의원직을 사퇴하라며 현수막까지 내걸고 분노의 성토를 멈추지 않고 있다. 9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폭행 의원의 엄중한 처벌을 부탁하는 청원글도 올라와 수백명이 동의했다.

이런 가운데 충북 제천시의회 일부 의원이 자비로 해외 테마답사를 다녀와 눈길을 끈다. 제천시의회에 따르면 의원 3명이 나흘간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와 교토 지역 박물관과 저수지 등을 둘러보고 지난 7일 돌아왔다.

이번 해외 답사는 8일 개관한 제천 의림지 역사박물관에 접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제천시의원들은 답사 기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총 53㎞를 걷는 강행군을 펼치며 현지의 선진 문화시설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7월 ‘물난리 외유’도 모자라 이를 비판하는 주민들을 들쥐의 일종인 ‘레밍’에 비유했다가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충북도의회도 투명한 해외연수로 점수를 회복 중이다. 충북도의회는 1년여간 중단했던 해외연수를 지난해 9월 재개했다. 대신에 연수 준비와 해외 현지 진행 과정을 확 바꿨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은 덴마크와 독일로의 연수를 준비하면서 여행사에 의존하는 일부터 배제했다. 의원들이 직접 일정을 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기관 방문 등을 협의했다. 관광성 외유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관광지 견학은 아예 뺐다. 현지에서 이동할 때도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했고, 렌터카도 손수 운전했다. 연수 일정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도민들과 공유했다. 해외연수의 선진사례로 손색이 없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일탈 행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지방의회 무용론도 걸핏하면 등장한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지방의회의 역할을 제고하고 싶다면 제천시의회와 충북도의회의 사례를 참고해 발전시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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