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경 청주서원도서관 사서

우리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열심히 해야 돼.”,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라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상한 책이다.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꿈꿔왔던 인생 스타일이자, 요즘 트렌드인 ‘대충 살자’ 열풍과 부합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019년 새해를 맞아, 사람들은 열심히 달릴 ‘다짐’을 한다.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고, 다이어트, 운동, 여행, 취업 등 빈틈없이 여러 가지 일들로 연간계획을 채워 넣는다. 하지만 며칠을 채 가지 못하고 지쳐 제 풀에 쓰러지고 결국 작년과 변함없는 올해를 보내게 된다.

이 책은 회사원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을 뛰는 40대인 저자가 어느 날 ‘열심히 사는데 내 삶은 왜 이 모양인가’라는 억울한 마음에 무턱대고 회사를 뛰쳐나와 백수생활을 하게 되면서 쓴 에세이다.

현대와 같은 무한경쟁시대에 왜 열심히 살아가는지를 잊은 채 습관처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우리는 오늘도 ‘열심히’라는 단어가 주는 힘 때문에 긴장의 연속으로 무겁고 버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는가.

세상에는 교과서마냥 나이에 맞게 정해진 삶이 있는 것처럼, ‘이 나이’에 ‘이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한다는 인생 매뉴얼이 정해져 있다. 사람들은 인생 매뉴얼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맞춰 살아간다. 이 매뉴얼에서 조금이라도 늦어지거나 벗어나게 되면 남들보다 뒤쳐진다는 불안감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질문 융단 폭격이 시작된다.

내 삶을 살아가는데 다른 사람의 평가와 잣대에 따라 괜찮았다가 불행했다가 해서는 안 된다. 인생에서의 핵심은 ‘나’이다. 내 나이에 걸맞은 타인의 시선과 인정이 아니라 나만의 가치와 길을 찾는 것이다.

열심히 살지 말라는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열심히 살든, 대충 살든, 어쨌든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삶을 살아가든 결코 틀린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나이라는 물리적인 숫자가 주는 인생 매뉴얼이 아닌 자신만의 인생 패턴과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나 또한 나이에 맞는 인생 매뉴얼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미래를 위해 견디는 삶이 아닌 틈틈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즐겁고 재미있는 삶을 살아가보려 한다. 지금 내 모습에서 행복을 찾아가기를 바라며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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