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모 프로그램에 국제공항이 있는 지역을 나열하는 문제에 청주가 등장하자 내심 반가웠다. 예전보다 청주를 알고 있는 다른 지역 사람이 많아진 듯하다.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수도권에서 내려온 아이들 曰 ‘청주 가면 다 논밭인 줄 알았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얘기하곤 했다.

흔히 청주하면 교육의 도시, 양반의 도시로 알려져 왔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인 직지가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청주도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을 비롯해 직지 알리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각종 제목에 직지가 들어간 경우도 많고 직지가 들어가면 그럴싸해 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지만, 가본 지역은 많지 않다. 청주를 방문한 국민이 몇 %나 될까 궁금해지는 이유다. 천안 시골 출신이 청주에 정착한 건 고등학교 때이니 20여 년의 세월이 훌쩍 넘었다. 나에겐 말 그대로 대도시였다. 살아가면서 적당한 개발과 적당한 인구와 적당한 인심이 좋았다. 최근 청주·청원이 통합되고 아파트 붐이 일면서 외곽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궁금하다.

청주에 사는 사람으로, 청주 하면 상당산성, 무심천, 청남대, 문의문화재단지, 고인쇄박물관, 정북토성, 초정약수, 성안길 등이 떠오른다.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를 제외하면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이 별로 없다. 어디에나 있는 성(城), 천(川), 박물관이 청주를 대표한다 할 수 없다.

청주시는 문화도시조성을 위해 몇 년간 많은 노력을 해왔고 1차 문화도시 조성계획 승인 결과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로 10개 도시에 포함되었다. 잘된 일이긴 하지만, 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그간 추진해온 사업 방향과 1차 선정된 방향성에 차이가 있어 의아하기도 하지만, 전문가의 컨설팅 결과이니 응원하는 수밖에 없다.

기록문화는 청주를 상징하는 직지의 영향인 것 같다.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도 청주에 건립될 예정이라니 기대감이 크다.

한편으로는 기록문화라는 낯선 단어에 당혹스럽기도 하다. 청주의 출판인쇄 업계가 환영하는 일인지, 시민들은 어떤 역할과 혜택을 받는지, 예술가들은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그러므로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담당자들에게 더 많은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살고 싶은 도시는 시민이 만드는 것이다. 나는 청주가 좋다. 적당한 수입과 적당한 기후와 적당한 차량 그리고 적당한 이웃이 있다. 밖에서 바라보는 인기는 소문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의 브랜드는 투자와 홍보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시민의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

내겐 시 쓰는 정환이 형이 있고, 소리하는 동율이 형이 있고, 풍물하는 지영이, 연극하는 성희가 있다. 가끔 만나 당구도 치고 술도 한잔하는 동료이자 이웃 주민이다. 나는 이들이 청주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이들과 함께 살고 싶은 문화예술도시 청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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