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481)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481)
  • 충청매일
  • 승인 2019.01.08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풍 장날이 되기 전까지는 은밀하게 준비를 해두었다가 당일 장마당에서 갑자기 터뜨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청풍도가에서도 당황해서 대거리도 못할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당일 날은 누가 주도를 해야 할 게 아닌가. 각기 마을에서 모인 사람들이 더구나 이제껏 청풍도가의 눈치를 살피며 주눅 들어 살아온 이들이 앞장서서 나서려 하겠는가?”

박한달 연론 임방주가 최풍원의 말뜻을 얼른 알아채지 못하고 장날부터 미리 당겨 걱정을 했다.

“연론 임방주님, 청풍 장날 계획은 본방에서 세울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은 걱정하지 마시고 각 임방주님께서는 임방으로 돌아가시는 대로 마을사람들에게 북진본방에서 빚을 대신 갚아준다는 소식을 전해주시고, 그중에서 청풍도가에 모질게 당한 사람들을 물색해 그날 장마당에서 성토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십사 하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청풍장이 서기 전까지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단속도 해주십시오. 본방이나 임방이 꾸민다는 사실을 절대로 청풍도가에서는 알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대주, 무슨 뜻인지 알겠네!”

최풍원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야 박한달이 이해를 했다. 

“임방주님들께서는 그리 아시고 다음 파수 청풍 장날 도가에 빚을 진 사람들과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읍내나루터로 모이라 해주시오! 그리고 나루터에서 장터까지 쌀을 옮길 수 있는 지게를 하나씩 지고오라고 언지를 해주시오.”

최풍원이 각 임방주들에게 당부하고 청풍 장날 읍성나루터에서 만나기로 약조를 하고 해산했다.

청풍장날이 가까워오자 최풍원은 비호를 보내 대전리 인삼 농사꾼 언구를 북진본방으로 오라고 전갈했다. 언구가 청풍도가에 지고 있는 빚이 얼마나 되는지 그것도 이참에 함께 상쇄할 작정이었다. 청풍도가의 빚을 갚아준다는 말에 언구가 득달같이 달려왔다.

“내가 진 빚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고 빚을 갚아준다는 말이유?”

언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청풍도가에 진 빚이 얼마나 되오?”

“작년에 일 년 인삼농사를 마무리할 때 청풍도가 집사가 와서 사백 냥이 좀 넘었다고 했으니 지금은 오백 냥은 될 것이오. 그런 큰돈을 어찌 갚아준단 말이유?”

언구는 여전히 최풍원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언구의 물음에도 최풍원은 천삼으로 쌀 이백 섬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인삼농사를 마무리할 때였다면 늦가을이었을 텐데 반년 만에 무슨 빚이 백 냥이나 늘어났단 말이요?”

최풍원이 언구의 말을 듣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인삼은 특별히 수확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지는 않았다. 햇수가 차고 땅만 얼지 않으면 일 년 열두 달 캐는 것이 인삼이었다. 그렇지만 대체로 인삼을 캐는 시기는 늦가을이 되어 잎이 다 떨어지고 단풍이 무르익을 때가 적격이었다. 그 이유는 이파리에 있던 양분이 뿌리로 모두 내려가 약효가 가장 좋을 때가 늦가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시월 말이나 십일월 초순 무렵이었을 테고 지금이 오월이니 반년이 좀 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사백 냥 원금에 이자가 백 냥이라면 남의 돈을 강제로 빼앗는 강도나 다름없었다.

“가을이 되어 인삼을 수확할 때면 매해 그 배로 늘어난다우. 그러면 다음 인삼 수확할 때까지 일 년 내내 삼을 찌고 말리고 해서 갚고 나면 겨우 이자만 꺼질 뿐 원금은 또 그대로 남는다우. 그렇게 여적지 삼 농사를 지어왔다우!”

언구 역시 다른 마을사람들처럼 청풍도가의 빚에 코가 꿰여 옴짝달싹 못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부림꾼이 되어 있었다.

“지난 번 받아온 천삼을 한양에 갔던 길에 처분을 했다오. 그 천삼 값 쉰 섬에 나머지를 보태 그 빚을 다 갚아줄 테니 앞으로는 청풍도가와 손을 끊고 우리 북진본방과 일을 해주시오. 그리고 돌아오는 청풍 장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동안 청풍도가로부터 받은 패행을 성토해주시오!”

최풍원이 인삼 언구에게 두 가지 부탁을 했다.

“빚에서만 벗어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은 못하겠슈!”

언구가 망설임도 없이 쾌히 승낙했다.

“대방, 이번 일에는 동몽회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네! 자네는 동몽회원들을 총동원해서 청풍장에 풀고 장에 온 사람들을 선동해주게! 또 각 마을 사람들이 나루에서 쌀을 지고 청풍도가 앞까지 갈 때까지 방해를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보호해줘야 하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