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3월말 시범 기업도시를 선정키로 하고 다음달 15일까지 일선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유치신청을 받고 있다. 기업도시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협의해 기업도시특구를 지정, 자체 개발계획 수립을 통해 생산과 주거·교육·유통·문화시설을 완비하는 자족형도시로 대규모 고용창출과 투자확대, 지역균형개발, 주택문제 해결 등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된다. 그러나 기업도시 시범사업 추진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의 시각차가 극명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도시를 유치할 경우 낙후된 지역의 획기적인 발전 전기가 될 것으로 보고 기업도시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는 3월말까지 2~4개의 시범 기업도시가 조성될 예정인 가운데 현재 유치 의사를 보이고 있는 지자체는 무려 40여곳에 달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충청권만 해도 충북 충주를 비롯해 진천, 음성, 충남 당진, 서산, 아산, 공주, 서천 등 8곳이 기업도시 유치전에 가세했다. 태권도공원과 제2국가대표선수촌, 동계올림픽 개최지 등에 이어 지역간 첨예한 갈등을 촉발하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작 기업도시의 주체가 되는 기업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기업들이 경영 효율성을 고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스스로 기업도시를 조성해야 함에도 정부가 나서 기업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내심 반발하고 있다. 낙후된 지역을 우선적으로 기업도시로 선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나 교통·물류·인력확보·기반시설 등 관련 인프라가 열악한 낙후지역으로 이전할 기업이 과연 있겠는가. 이는 오히려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기업 운영비용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낙후지역 개발을 통한 국토균형발전 취지에서 추진하는 기업도시 시범사업은 ‘기업이 없는 기업도시’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 이같은 정부의 계획은 사전에 기업도시의 주체인 기업들과 면밀한 협의와 타당성 검토 등을 거치지 않은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결국 국토의 균형발전이 아닌 유치경쟁으로 인한 지역간 갈등만 증폭시키는 것은 물론 정부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국정 불신을 심화시킬 뿐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 기업도시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