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요(堯)임금은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군주이다. 뒤에 왕위를 이은 순(舜)임금과 더불어 ‘요순시대’라는 태평성대를 이끈 성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가장 큰 공적이라고 하면 치수(治水)를 잘 다스렸다는 것이다. 홍수를 다스리게 되자 백성들이 편히 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생활이 풍족해졌으니 태평성대였던 것이다.

하루는 요임금이 몰래 백성들 시찰을 나섰다. 신하들의 말처럼 과연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있는지. 또 백성들은 걱정 없이 즐겁게 잘 살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수수한 평민 차림으로 거리에 나섰다. 강구라는 넓고 번화한 거리를 걸어가고 있을 때,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순간 요임금이 걸음을 멈추었다. 멈춰 선 채로 노래를 음미하며 들었다.

“우리 백성들이 이토록 편히 살게 된 것은 모두가 임금의 지극한 정성 때문이다. 우리는 임금의 정치를 알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지만, 모든 것이 언제부터 순리에 맞았다. 임금이 천명을 따르니 백성들이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는 임금이 일을 억지로 꾸미는 것이 없고, 숨기는 것이 없고,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물이 흐르는 것처럼 순리에 따르는 정치를 편 덕분에 백성들이 편히 산다는 뜻이었다. 노래를 다 듣고 난 요임금은 마음이 기뻤다. 옆에 신하에게 이 노래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신하가 대답했다.

“그 노래는 옛날 태평한 시절에 이곳 강구 백성들이 부른 민요입니다.”

이어 요임금이 다시 발길을 옮겼다. 이번에는 길을 가는 도중에 기이한 노인을 발견하였다. 노인은 길가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 한 손으로는 자신의 배를 두들기고 또 발로는 땅을 구르며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오늘도 해가 뜨면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일을 마친다네. 이제 집에 가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편히 쉴 것이네. 집집마다 우물을 파서 마시니 목마를 일이 없고, 논과 밭에서 양식을 얻으니 굶주릴 일이 없네. 이토록 태평한 시절인데 도대체 임금의 정치가 내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는 정치가 아무리 백성을 고맙게 해준다고 해도 백성들이 정치를 전혀 모르고 스스로 편히 사는 것보다 못하다는 의미였다. 요임금은 이 노래를 듣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백성들이 정치가 있는 것도 모르니 말이다. 이어 웃으며 옆의 신하에게 말했다. “시절이 과연 태평세월이로다!”

이는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고복격양(鼓腹擊壤)이란 손으로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 장단을 맞춘다는 뜻이다. 백성들이 풍족한 생활을 하며 태평세월을 누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옛날에는 폭정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태평성대라고 하면 그저 이상적인 동경으로 여겼다. 하지만 인류가 진보하면서 태평성대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는 정치가 가져온 변화이자 정치에 대한 변화이다. 바로 유럽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대국민 공개가 그것이다. 올해 기해년에는 기필코 적폐청산을 끝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모든 걸 낱낱이 공개하는 정치로 확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정치이고 태평성대를 위한 준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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