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사무관, 잇단 폭로 뒤 ‘유서 소동’
신재민 전 사무관, 잇단 폭로 뒤 ‘유서 소동’
  • 충청매일 제휴/뉴시스
  • 승인 2019.01.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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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KT&G 사장 인사 개입·적자 국채 발행 압력 등 주장
자살 암시 글 남기고 잠적한 뒤 모텔서 발견…건강 양호
신분·얼굴 스스로 공개 등 과거 공익제보자들과 다른 행보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적자 국채 발행 압력 등 폭로를 이어온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3일 오전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잠적한 뒤 서울 관악구 한 모텔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날 오전 8시20분께, 그가 모텔에서 발견된 시간은 낮 12시40분께였다. 경찰에 따르면 신 전 비서관은 생명에 지장이 없고 건강상태도 양호한 상태다. 다만 안정을 취하기 위해 발견 즉시 병원으로 후송됐다.

신 전 사무관의 ‘자살 암시 소동’은 지난달 29일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등 첫 폭로를 시작한 이후 나흘 만이다.

그는 자신의 모교인 고려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린 유서에서 “제가 죽어서 조금 더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비상식적인 정책 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 결정 과정을 국민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유튜브를 활용해 ‘셀프 폭로’를 한 것은 물론 신분과 얼굴을 스스로 공개하는 등 과거 ‘공익제보자’들과는 다른 행보로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그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도 “공익제보자라도 어두운 곳에 숨어다닐 필요 없이 얼마든지 즐겁고 유쾌하게 폭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인물이기에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신 전 비서관은 ‘고파스’뿐만 아니라 거주하는 고시원에도 유서를 남겼고, 친구에게도 자살을 예상할 만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2월29일 첫 폭로…“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지난달 29일 시작됐다. 그는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청와대 지시로 KT&G, 서울신문 등 민간 기업 경영진을 교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정부가 KT&G 사장을 바꾸려 한다는 문건이 언론에 보도됐는데 제보자가 바로 나”라고도 밝혔다.

그는 “실제 차관에게 보고됐던 문건이고, 청와대 지시라고 들었다”며 “KT&G 사장 인사에 개입하려던 상황에서 민영화된 민간 기업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모색해 보라고 (차관이) 그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문건은 ‘KT&G 관련 동향 보고’라는 제목의 문서다.

●또 다른 폭로…“청와대가 4조원 규모 적자 국채 발행 압박했다”

신 전 사무관은 유튜브 영상과 함께 모교인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다른 내용의 폭로를 이어갔다. 2017년 11월 기재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최대 4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을 압박했다는 내용이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달 29일 ‘고파스’에 이같은 내용을 간략하게 주장한 데 이어 31일 유튜브로 추가 폭로했다. 이에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이 반박하자 1일에는 다시 ‘고파스’에 당시 조규홍 기재부 차관보와 나눈 관련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을 종합하면 당시는 문재인정부 출범(2017년 5월) 직후여서 그해 말까지 발행한 국채는 ‘지난 정권의 빚’이 된다고 정권 고위층에서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자신을 비롯한 실무진 앞에서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지금) GDP 대비 채무 비율이 줄어든다면 향후 정권이 지속되는 내내 부담이 가게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전격 기자회견…“적자 국채 내 담당, 부총리 보고 네 번 들어가”

신 전 사무관은 아예 언론 앞에 나섰다. 앞서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은 정확한 사실 관계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반박하자 2일 재반박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그는 “적자 국채는 제가 담당자였고 부총리 보고를 네 번 들어갔다”며 “이번 사건 전말을 알고 있는 분은 현재 세 명뿐인데, 내가 사실관계를 모른다고 하는 (기재부의) 반박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을 종합하면 당시 1차 보고(2017년 11월 14일 오전)에서 기재부 차관보가 김 부총리에게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겠다는 보고를 하자 질책을 받았고, 이후 2차 보고(같은 날 오후)에서 부총리가 국가부채비율 39.4%라는 숫자를 주며 이 수치에 맞추기 위해서는 적자 국채를 얼마나 발행해야 하는지 산출해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렇게 뽑은 숫자가 바로 ‘4조6천억원’이었다고 했다.

●폭로 왜?…“현 정권에 실망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번 폭로 이유로 현 정권에 대한 실망을 꼽았다. 그는 첫 폭로 당시 “이번 정부는 (박근혜 정부처럼)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는데, 이런 적폐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자회견에서는 “KT&G 사건을 봤을 때 막막함, 국채 사건을 봤을 때 절망감이 들었다”며 “다시는 다른 공무원이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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