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기부 현장이 한파로 꽁꽁 얼어붙었다. 매년 이맘 때면 사회적 나눔의 실천 정도를 상징하는 ‘사랑의 온도탑’이 올해는 유독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국적인 현상으로 어려워진 경기 탓이다. 이대로는 모금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20일부터 ‘희망 2019 나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사랑의 온도탑은 64.7도에 불과하다. 모금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눈금은 1도씩 올라간다.

충북모금회의 올해 모금 목표액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66억8천900만원으로 동결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 모금된 액수는 목표액의 64.7%인 43억2천500만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51억8천800만원보다 8억6천300만원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나마 SK하이닉스가 연말에 11억2천만원을 내놓아 이 정도라도 끌어올렸다.

올해 사랑의 온도탑 100도 달성이 힘든 상황에 놓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경기 침체로 기업체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줄었다. 법인 모금액이 목표액 대비 35.4% 수준에 머물러 있고, 경영악화로 아예 기부를 못하는 기업도 많은 모양이다.

구호단체인 충북적십자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1일부터 적십자회비를 모금 중인데 3일 현재 모금액은 8억6천700만원에 그쳤다. 목표액 13억5천만원 대비 64.2%로 각종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기부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연말 구세군의 자선냄비도 거리 모금에서 지난해 대비 15% 안팎으로 줄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웃돕기 모금이 집중되는 연말연시가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연중 기부 문화가 더욱 침체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부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기부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2017년 26.7%로 2015년보다 3.2% 줄었다. 이보다 훨씬 전인 2011년의 개인 기부 참여율은 36.4%였다. 기부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응답이 57.3%로 가장 많았다.

국민소득은 3만불까지 올랐다고 하는데 개인과 기업이 체감하는 살림은 더 어려워졌다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소외계층이 많다. 지금보다 더 힘들게 살 때도 한결같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사랑의 정을 나눈 게 우리 국민이다.

모금된 성금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복지시설에 후원된다. 또 생계비와 의료비·간병비 긴급지원, 난방 및 주거환경 개선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복지사각지대에 전달된다. 기부와 나눔은 작은 것부터 먼저 손을 내밀고 따뜻함을 전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어려운 이웃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는 일에 개인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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