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478)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478)
  • 충청매일
  • 승인 2019.01.0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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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 청풍도가가 죄고 있는 사람들 목줄을 지금 풀어주지 않으면 우선 임방이 죽고 그 다음엔 본방 차례요. 그러니 그 돈을 씁시다! 우선 살아나야 그 다음에 무슨 일이라도 도모할 것 아니오?”

박한달 임방주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하십시다. 본방이 죽으면 우리도 죽는 것 아니오? 그러니 전후 사정을 듣고 나면 타동의 임방주들도 수긍할 것이오! 그러나 지금은 한 시가 급하니 우선 쓰고 봅시다!”

김상만 양평 임방주도 박한달의 의견에 동조했다.

“지금 여기에 없는 타동 임방주나 경상도 상인들에게는 나중에 사정을 말하고 청풍도가의 족쇄부터 풉시다!”

“대주 그리 합시다!”

“그리 하는 게 같이 사는 길이오!”

배창령 학현 임방주가 동의를 하고 나서자 다른 임방주들도 그리하자며 이구동성으로 최풍원을 설득했다. 김길성과 신덕기 교리 임방주만 찝찝한 표정이었지만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다.

“알겠소이다. 임방주들께서 그리하니 마을사람들 빚 조사를 나간 동몽회원들과 대방 도식이가 돌아오는 대로 계획을 세워보겠소이다. 그리고 곧 기별할 테니 임방주들께서는 그때 또 보십시다.”

최풍원이 청풍도가의 술책을 막기 위해 소집했던 청풍 인근 임방주들의 회합을 파했다. 일단은 임방이 있는 마을로 나간 도식이와 동몽회원들이 돌아와야만 그것에 맞춰 어떤 계획이라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최풍원은 북진본방에서 그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형님, 다녀왔습니다요!”

동몽회원들을 끌고 도식이가 돌아왔다.

“임방이 있는 모든 마을을 조사했느냐?”

최풍원이 도식이에게 물었다.

“광의, 교리, 양평, 단리, 연론, 학현까지 전 마을을 아이들이 이 잡듯 도톼가며 조사를 했습니다요.”

도식이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도식이와 동몽회원들이 조사해온 각 마을의 빚을 소상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광의리에는 일흔 호가 살고 있는데 그중 마흔 호에서 아흔 석을 청풍도가에 빚을 지고 있으며, 교리 쉰 호 중 서른 호에서 쉰 석, 양평 일백 쉰 호 중에서 여든 호가 일백아흔 석, 단리 일흔 호 중 마흔 호에서 아흔 석, 연론리 일백삼십 호 중에서 일흔 호가 일백 석, 학현리 일흔 호 중 마흔 호에서 팔십 석입니다요.”

“그럼, 도합 몇 석이냐?”

“모두 육백 석입니다요!”

백미 육백 석이면 상미로 치면 삼천 냥, 하미로 쳐도 일천 팔백 냥이 되는 거금이었다. 지금 현재 북진본방에서 가지고 있는 돈은 쌀 서른 석과 돈 이천사백삼십 냥이었다. 그것을 몽땅 합쳐도 상미 쌀 육백 석을 살 수 없었다. 하미라면 쌀 육백 석을 사들이고 물건 원전을 어느 정도 지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청풍도가에서 하미를 받아주겠는가 하는 문제였다. 제 놈들은 사람들에게 하미보다도 못한 형편없는 쌀을 빌려주고 받을 때는 상미로 받는 놈들이었다. 제 놈들이 한 짓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잘 익은 상품의 쌀만 받으려고 할 게 분명했다.

“도식아, 아이들을 보내 나루터 주막에 가서 마덕필 선주를 뫼셔 오너라!”

최풍원이 느닷없이 마덕필을 북진본방으로 데리고 오라했다. 동몽회원들이 달려간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마덕필이 불카해진 얼굴로 북진본방을 들어섰다.

“선주님, 긴히 상의할 게 있어 이리 불렀습니다.”

“무슨 일이오?”

마덕필의 입에서 술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아직도 해가 한참인데 저리 취한 것을 보면 대낮부터 술을 퍼마신 것이 분명했다. 경강선 선주나 경상들은 나루터에 정박하면 싣고 온 물건이 다 팔려나갈 때까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그곳에 머물렀다. 선주들이나 경상들은 그 고을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 다니며 물건을 팔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나루터 인근 향시를 도는 장돌뱅이들이나 원거리까지 산골 구석구석까지 빠대며 장사하는 행상들에게 물건을 넘겨주고 위탁판매를 했다. 그러다보니 배에 가득 실린 짐을 다 팔려면 한 달은 보통 나루터에 머물러있어야 했다. 그러니 할 일이라고는 주막집에 죽치고 앉아 낮술을 마시며 농짓거리나 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야만 무료하고 지루한 긴긴 시간을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선주님, 쌀을 좀 사려합니다.”

“쌀을 사면 되지, 나는 왜 불렀는가?”

“실은 우리 본방에서 쌀을 구입해 청풍도가 빚을 갚으려 합니다. 그런데 싼 하미를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선주님을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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