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2019년 첫 번째 칼럼이다, 신년사는 아니어도 우리고장 환경관리에 관한 개략적 방향은 제시해야 겠다는 의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과하면 글이 자연스럽지 않다. 그냥 소박하게 지금의 고민과 생각을 담기로 했다. 지난해 마지막 주에 의견을 나누었던 토론 주제가 떠올랐다. 녹색청주협의회가 주최한 ‘무심천협의회 구성 방안에 관한 토론회’였다.    

하천은 도시의 얼굴이다. 하천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는가를 살펴보면 그 도시의 시정철학 또는 시민의식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천은 사람과 생물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하천이 제공하는 물과 생태계와 주변의 들판은 삶의 터전이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상생의 공간이다. 작은 내에는 작은 마을이 큰 강에는 큰 도시가 형성돼 왔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하천을 사람들이 독점하게 됐다. 이치수를 위해 제방과 보가 만들어졌다. 자동차가 늘어나자 하천의 둔치에 도로와 주차장이 들어섰다. 오폐수와 쓰레기를 떠내려 보내는 하수구로 전락했다. 심지어 작은 지천들은 사라지거나 복개돼 버렸다. 1990년대 초중반 환경운동과 더불어 여러 도시와 지역에서 하천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이어졌고 심각한 논란과 갈등이 촉발됐다.

도시와 하천을 분리할 수 없듯이 청주와 무심천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무심천에 관한 쟁점들을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하상도로·주차장 등 교통대체시설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다. 1997년 청주시의 대표적 갈등사안으로 부각됐다. 비록 마지막 하상도로와 주차장은 조성됐지만 매우 중요한 합의가 도출됐다. 종합계획 수립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무심천을 자연형하천으로 복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2001년 부터 하상주차장을 단계적으로 철거했으며 현재 85%이상이 하천부지로 복원되었다. 하상도로의 경우 2014년 중복설치구간에 대한 실험적 통제 과정을 거쳐 2017년 부분적으로 철거하였다. 또 다른 쟁점은 2004년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부각된 수중보 신설 논란이었다. 수변공간 조성을 위해 도심구간에 수중보 6개를 신설하는 안이 포함됐다. 수중보 논란은 4대강사업을 통해 익숙해져 있으나, 당시에는 매우 난해한 사안이었다. 베네치아 같은 물의 도시를 견학했던 사람들의 시각엔 매력적인 구상으로 비쳐졌던 것 같다. 하지만 하천도 지역 특성을 고려해 특색 있게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었다. 따라서 이미 설치돼 있던 영운보만 가동보로 개선하고 나머지 신설계획은 폐기됐다. 수목은 하천생태계 보전을 위해 다릿발 두께 범위 내에서는 존치하는 것으로, 자전거도로는 한쪽 부지만 활용하는 것으로, 제방도로는 하천부지를 침해하거나 접근성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한해 논란을 통해 얻은 결론은 세가지였다. 첫째, 쟁점에 대해 숙의하고 합리적 방향을 찾아가기 위한 하천협의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하천의 중장기적 관리를 위한 생태하천종합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하천돌봄이 등 시민(주민) 참여형 하천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하천살리기를 함께 했거나 우리를 부러워하던 많은 도시와 하천들이 이미 앞서서 그렇게 가고 있다. 물관리기본법 시행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 보편화 될 것이다. 2019년 청주, 무심천 만큼은 풀고 가자. 그래야 미호강도 풀리고 미세먼지도 풀리고 함께 웃는 도시공동체도 술술 풀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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