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진본방에서 최풍원과 각 마을의 임방주들이 모여 청풍도가의 횡포에 어떻게 대거리를 할는지 논의를 계속 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계속 되고 있을 때였다.

“최 대주 있는가!”

밖에서 최풍원을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덕필이었다. 마덕필은 최풍원과 같이 한양에서 올라와 나루에 배를 정박해놓고 싣고 온 물건들을 보부상이나 장사꾼들에게 풀며 북진에 머물고 있었다.

“선주님, 어인 행보이십니까?”

“간밤에 좋은 꿈 꾸셨는가?”

난데없이 마덕필이 꿈 이야기를 했다.

“삼개 형님이 기별을 보내왔다네!”

“기별이라면?”

“한양에서 대박이 났다네!”

“대박이라니요, 무슨 대박이 났단 말이요?”

“장사꾼에게 대박이 무슨 대박이겠는가? 물건 잘 나가는 게 대박이지!”

“그렇다면 지난번 여각에 맡겨놓고 왔던 물건 말씀인가요?”

“그렇다네. 그 물건이 대박이 났다네!”

삼개나루 여각주인 마덕출 에게 팔아달라고 부탁했던 버섯가루였다. 그 버섯가루가 대박이 났다는 전갈을 가지고 마덕필 선주가 북진여각으로 최풍원을 찾아온 것이었다.

“전갈을 가지고 온 경상 얘기로는 피전골 주막촌에다가 풀었다는데 난리가 났다는구만! 탕을 먹어본 손님들이 어떻게 만들었는데 이렇게 맛있느냐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손님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주막집 주인들이 가루를 사려고 천시가 났다는구만!”

마덕필 선주가 형님 일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신나게 떠들어댔다.

“마 선주님, 그래 어떻게 됐답니까?”

갑작스런 일에 최풍원은 실감이 나지 않아 남 이야기하듯 물었다.

“뭘 어떻게 되었겠는가? 살 사람은 많고 물건은 딸리니 장사꾼이 배짱을 부리며 장사하는 게지. 주막집 주인들이 선돈을 싸가지고 와 형님네 여각 문간에 줄나래비를 이루고 섰다는구만!”

최풍원은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다. 워낙에 생소한 물건이라 잘하면 품값이나 받을 수 있을까 했던 물건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날려버릴 수도 있었던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이 천시가 났단다. 집 나간 소가 새끼를 배서 돌아온 격이었다.

“형님 말씀이 값은 따지지도 않을 테니 하루라도 빨리 버섯가루를 있는 대로 다 보내달라는 얘기여! 그리고 저렇게 선돈까지 보내왔구만!”

마덕필이 최 대주와 임방주들이 모여 있는 방안에서 바깥을 가리켰다. 마당에는 지게가 부려져있고 그 옆에는 마 선주네 뱃꾼 둘이 서있었다.

“저게 뭡니까?”

“뭐겠는가? 돈이지!”

지게에는 돈 쾌로 보이는 상자가 여러 개 실려 있었다.

“저게 다 돈이란 말입니까?”

최풍원이 놀랐다.

“형님이 버섯가루 판 돈과 선돈까지 땡겨주셨다네!”

“저게 다 얼마랍니까?”

“버섯가루 판 돈 칠 백 냥과 안동포 이백 냥에 버섯 선매 대금으로 삼백 냥 해서 모두 일천 이백 냥일세!”

“일천 이백 냥이요?”

최풍원은 또 한 번 놀랐다.

본래 버섯가루 대금으로 최풍원은 삼백 냥을 받을 요량이었다. 버섯은 모두 열 자루였다. 생버섯으로 치면 자루 당 육백 근 쯤 되니 모두 육천 근이었다. 생버섯으로 팔아도 근 당 닷 푼은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버섯을 말리고 빻고 하는데 들어간 공임은 전혀 치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버섯은 늘상 생으로 먹는 것인데 가루로 내서 먹는 것은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삼개나루 여각주인 마덕출은 버섯가루를 판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다보니 최풍원은 생버섯 값과 가루를 만드는데 들어간 공임은 고사하고 통째 날려버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물건이 처음 받으려는 값의 배도 넘게 불어나 돌아왔다. 더구나 물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선돈 삼백 냥까지 받게 되었으니 이만저만한 효자가 아니었다.

“처음 물건을 풀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며 거저 줘도 시큰둥하더니, 나중에도 더 달라며 아우성들이어서 값을 서너 배씩 올려도 사갔다는구만. 그래서 어물전 상필이와 형님의 수고비를 제하고도 칠백 냥이나 남았다는구만. 지금 물건이 하나도 없어 피전골 주막집들이 온통 아우성이래. 빨리 물건 좀 달라며 선돈까지 가지고 와 부탁을 했다는구만. 그러니 최 대주, 빨리 물건 좀 구해주게나!”

마덕필 선주가 최풍원에게 통사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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