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한반도의 정세가 올해만큼 좋았던 적이 없었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전무후무한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반도 역사상 큰 획을 그었다. 급기야 DMZ 내에 감시초소를 철수하고 지난 26일에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열어 한반도가 섬나라에서 벗어나 아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낸 한 해였다.

특히 올해 안에 답방을 약속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를 넘기게 된 아쉬움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내용을 담은 친서를 30일 문재인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분위기 조성에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는 약속에 일말의 변화가 없음을 의미하는 일이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해 숱한 민생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은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유치원법 등 민생법안 처리는 뒤로 한 채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곽상도·신보라·장석춘 의원은 지난 27일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채 베트남 다낭으로 출국했다. 27∼30일 3박 4일 일정이었으며, 양국 교류협력 강화와 코트라(KOTRA) 다낭 무역관 방문이 주요 목적이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을 지원하는 소규모 기관에 불과한 코트라 무역관 방문은 국회의원들이 걸핏하면 내거는 외유 목적이다. 그러나 이곳은 국회의원들이 방문해야 할 만큼 주요한 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알만한 이들은 안다. 더구나 다낭은 관광객이 줄을 잇는 베트남의 명승지 아닌가. 외유성 출장이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논란이 일자 김 전 대표는 일정을 축소해 귀국했다. 그 처신이 더욱 한심스러운 일이다.

내년에도 정부와 국회는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올해 처리하지 못한 각종 민생법안들을 서둘러 처리해야 하며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여성폭력방지 국가행동계획 수립, 성차별·성희롱 금지법 제정 등이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 정부는 분야별 성차별 시정과 성별 간 인식 격차 해소, 여성폭력 근절 등을 위한 시행계획에 26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시·도가 참여해 22개 과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여성폭력방지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하고, 여성폭력방지 전담기구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특수법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가정폭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추진한다. 개정 법률에는 피해자보호명령에 자녀면접교섭권 제한 추가, 응급조치에 현행범 체포 추가, 임시조치 위반 시 징역 부과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요 부처의 성평등 정책 전담 기능을 활성화하고,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도 등 이행 실적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고용, 교육 등 분야별로 발생하는 성차별·성희롱을 금지하고 차별행위가 발생하면 실질적 구제가 이뤄지도록 법률 제정도 추진한다.

이처럼 정부가 2019년에는 국가성평등지수를 높인다는 정책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문제는 다양한 법안이 제대로 발의되고 시행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2019 기해년 (己亥年) 황금돼지 해에는 남북관계의 진전은 물론이고 정치권이 제 몫을 해 모든 국민이 만선(滿船)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국민 삶의 질이 향상되는 해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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