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올해 KBS연예대상은 사상 최초로 여성이 수상했다. 여성이 처음이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수상자가 데뷔 27년째의 이영자씨였다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 이영자씨는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을 8년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 줬고, 진심어린 공감과 뜻깊은 조언으로 출연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치유의 시간을 주었다. 필자는 TV시청을 거의 하지 않지만, 가끔 아내의 권유로 ‘안녕하세요’ 다시보기를 시청하곤 했는데, 이영자씨의 마음가짐과 말에 많은 감명을 받곤 한다.

그런 이영자씨가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강연한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 경주’를 그녀가 살아온 고난의 삶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비유하여 해석해 주었다. 누가 봐도, 아니 거북이 자신이 생각해도 상대가 되지 않는 토끼와 왜 경주를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영자씨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부모님이 생선가게를 하셨는데 그 생선가게에서 나는 냄새가 창피했다고 한다. 남아선호사상의 어머님 때문에 딸로서 존중을 받지 못했다. 그런 어린 시설의 환경에서 자신도 모르게 열등감이 생겼고, 이것이 주변 상황이나 환경보다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이었다고 한다.

열등감은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자기 자신을 어떤 사건이나 영향 때문에 부끄럽게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 영향 요인이 이영자씨한테는 비린내 나는 생선가게의 냄새였고, 항상 자신한테서 비린내가 나지 않나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남아선호로 사랑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누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면 어색하고 민망해 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창피해 하는 열등감이 생긴 것이다.

열등감이 많은 사람은 주로 주변 환경이나 다른 사람을 탓하고 비난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잔소리하는 아내, 불친절한 음식점 직원, 스트레스를 주는 직장 상사 그리고 까칠한 사춘기 자녀 등 주변에는 온통 못마땅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나를 괴롭히거나 화가 나게 만든다. 사실 이것은 남 탓이 아니라 내 열등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열등감으로 상처받기 쉬워져 있는 내 마음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영자씨는 그런 삶을 살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런 열등감 따위는 찾아내서 박살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한 이야기가 토끼와 거북이 우화이다. 거북이는 질 것이 뻔한 경주에 왜 무모하게 도전한 것일까? 거북이는 경주에 지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 없기 때문에 도전했다라고 이영자씨는 말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거북이이고, 그래서 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도 열등감 없이 도전한 것이다. 아마 실제 상황에서는 거북이가 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거북이는 창피해하거나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영자씨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울림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사랑, 즉 자존감을 가지고 살라는 것이다. 2019년에는 더욱 더 나를 사랑하는 한 해로 살아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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