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가 부활된 지 20년의 세월이 훌쩍 넘었으나 집행부와 의회간 힘겨루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간의 정책 마찰이나 견제는 어느 한쪽의 독주를 막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지만 사사건건 부딪치다보면 정작 중요한 시책이나 현안사업 등의 효율적인 집행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두 기관 상호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은 결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충북 보은군과 군의회가 예산 삭감을 놓고 다시 힘겨루기에 나섰다. 보은군의회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상혁 군수가 의회 고유 기능인 예산심의에 대해 공무원을 동원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은군의회가 매월 발행되는 ‘대추고을소식지’의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보은군청 간부공무원들은 지난 24일 대군민 호소문을 내고 “의회가 군민의 알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조례에 따라 펴내는 소식지를 발간하지 못하게 한 것은 의회의 권한 남용”이라는 견해도 폈다. 아울러 각 마을 이장과 기관·단체 등에 소식지 발행에 대한 의견 청취문을 보내는 등 여론전으로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에 군의회는 “소식지가 행정정보 전달보다는 군과 군수의 치적을 홍보하는 데 주력한다”며 “편집에 일일이 관여하는 군수 개인 홍보지라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의회 고유의 권한으로 비효율적인 예산에 대해 삭감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다. 덧붙여 “군은 여론 선동으로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공개토론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제안했다.

보은군과 군의회는 지난 10월에도 충돌했다. 군의회는 군이 행정조직개편안을 염두에 둔 직원 인사를 단행하자 “의회 승인절차를 무시했다”며 조직개편안을 부결하고 한동안 의사일정을 중단하는 등 대립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3선 군수가 이끄는 집행부를 길들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선 지방자치시대에 단체장과 의회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소모적인 반목과 갈등이다. 이들의 세력 다툼에 끼어 곤혹을 치르는 것은 지자체 공무원과 지역주민들 뿐이다. 그래서 이번 보은군 공무원들의 집단행동과 대응방식은 불편해 보인다. 군의회의 월권 여부를 떠나 자칫 의정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고, 이는 지방자치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한 지방의원들의 권위적인 자세와 자질 논란도 이젠 사라져야 할 때다.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행동과 발언에 책임감을 갖고 신중해야 한다.

지방자치를 도입한 목적은 지역주민들이 직접 뽑은 단체장과 의원들이 협력해 지역의 여러 문제와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해 보다 살기 좋은 고장으로 발전시키자는데 있다. 관계자들은 보다 성숙한 자세로 신뢰받는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상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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