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대학교 1학년 시절, ‘프랑스 문화테마 기행’이라는 교양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갓 스무살이 됐으니 해외여행을 한 번쯤 가보고 싶었고, 여행을 간다면 유명한 예술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문화의 나라 프랑스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어차피 들어야 하는 교양 수업, 프랑스에 대해 공부나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그 과목을 신청했다. 호기롭게 신청한 과목이었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프랑스 문화나 단어는 없고, 수업 중에 마셨던 와인 맛이 씁쓸했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그래서 ‘라틴어 수업’을 보기 전에 이 책을 읽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

프랑스 강의와 비슷한 느낌일 거라고 혼자 생각했다. 라틴어는 어렵기로 유명해서 이 강의가 왜 인기가 있어 책으로까지 출간됐는지 의문스러웠다. 저자도 비슷한 생각으로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걱정을 했다.

‘과연 학생들이 실생활에 도움도 안 되는 라틴어를 좋아할까’ 했는데 인근 대학 학생들이 청강을 들을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그 이유는 라틴어를 근간으로 하는 언어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라틴어를 모어로 하는 나라들의 법, 문화, 역사 등을 설명하게 되고 더불어 저자의 인생 경험도 더하면서 소위 ‘종합인문’ 강의로 학생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실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수업노트를 참고해 쓰였고 1강씩 라틴어 문장을 문법적으로 소개하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저자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에서 라틴어의 성적 표현이 인상 깊었다. 성적을 뜻하는 말 중에 부정적인 표현이 없다. 모두 ‘잘한다’의 연속으로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아닌 학생 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표현한다.

여기서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전보다’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유럽인의 생각을 볼 수 있다.

우리는 흔하게 남의 기준에 맞춰 칭찬 받고 인정받길 원한다. 그러다보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내 자신을 한심하고 초라한 존재로 느끼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숨 마쿰 라우데’라는 존재로 생각하며 존중해주어야지 남에게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아껴줄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해준다.

라틴어는 문법적으로 조직적이며 수학적인 언어라서 배우다보면 사고체계의 틀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저자의 목적은 라틴어의 정확한 사용이라기보다 라틴어를 공부하면서 머릿속에 사고의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부는 무엇을 외우고 머릿속에 지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걸음걸이와 몸짓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라고 저자는 말한다.

현대의 경쟁사회에 지쳐 나만의 속도로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고 싶을 때, 옛 로마사람들의 말을 따뜻하게 풀어낸 ‘라틴어 수업’을 통해 위로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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