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소년ㆍ소녀 가장 3만명을 포함해 6만명 정도를 방학 중 급식 대상으로 정했다가 2004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시정연설에서 결식아동들에 대해서 방학중에 중식을 제공하는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지침을 통해 뒤늦게 25만명으로 그 대상을 확대했다.

방학중에 밥을 굶고 있는 결식아동에게 정부가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의지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질적인 면에서의 고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데 있다.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 지원에 필요한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1일 결식아동 1명에 대해 2천500원씩 25만명을 지원하게 되면 하루에 소요되는 예산이 6억2천500만원이 들며, 아동들의 겨울방학을 45일간 실시한다고 치면 281억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한 것인데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과 예산을 확정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실시한다면 시행과정에서 부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예견했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제주 서귀포시와 군산시에서 발생한 부실도시락 파문이다.

서귀포시가 최근 결식아동에게 제공한 도시락 반찬은 메추리알, 맛살, 단무지 청포묵 등이고 군산시의 도시락 식단을 보면 메추리알 4개, 건빵 5개, 단무지채 조금, 참치볶음 김치가 반찬의 전부이다.

이것이 1개당 2천500원이 소요되는 도시락이라는 것인데 2천500원에서 배달비와 도시락 용기 및 인건비를 빼면 실제로 도시락 내용물은 1천400원짜리가 되는데 여기에 업자의 마진이 붙으면 실제로 도시락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부실 도시락이 탄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가장 싼값에 먹을 수 있다는 자장면 한그릇이 3천원이 넘고, 햄버거 가게에서 판매하는 햄버거 1개도 2천500원에 거래되는 것을 볼 때 처음부터 부실도시락이 제공되라는 것을 정책자들이 모를리 없었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결식아동들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위해 실시했다는 정책사업은 생색내기 위한 정책이었음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위와 같은 것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세계 10위권으로 발돗음 하려고 애쓰는 복지국가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대부분의 가장들이 이번 파문을 보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내 자식에게 부실한 도시락이 제공됐다고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적어도 성장기의 아동들이 충분한 영향섭취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가난하기 때문에 소외받고 있는 아동들에게 왜 우리는 좀 더 관심을 갖고 보듬어 주려고 노력하지 못하는지 반성해 봐야 할 일이다.

이제와서 정부는 방학중 결식아동들에 대한 집중적인 도시락 점검을 지시하고 각계의 의견을 반영해 도시락 개선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도시락 지원비도 2천500원에서 4천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부산을 떨고 있다.

우리의 정책은 왜 늘 이렇게 문제가 발생돼야만 뒤늦게 호들갑을 떨며 움직이는 것처럼 요란을 떠는지 알 수 없다. 좀더 체계적이고 실효성있는 정책수립을 통하여 진정한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 묻고싶다.

강 대 식 < 법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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