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원북면 한국발전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24)씨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김씨의 사망은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김 모(당시 19세) 군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당시 김 군은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일하던 비정규직이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위험한 분야의 일은 대부분 하청을 주는 형식이거나 비정규직이 맡는다.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 때도 위험직종의 비정규직 문제가 제기 됐지만 일부 공공기관에서만 시정되고 한국서부발전과 같은 공기업에서는 위험직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원에 대한 처우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태안 사고는 상시적 위험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고질적 문제에서 비롯된 참사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기대하지만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격이다.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국내 모든 석탄발전소에서 2인 1조 근무를 시행하도록 했다. 과거 발생한 안전사고를 재조사해 위험직종의 외주화를 실행하는 원·하청 관계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사고가 발생하면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지만, 노동시장에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가 전체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번 대책 역시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서울 스크린 도어 사고나 이번 김씨의 사고 역시 무리한 근무조건이 가져온 예고된 참사였다. 사회 곳곳에 이미 예고된 참사가 널려 있음을 의미한다.  

김씨는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의 하청 업체인 한국발전기술 계약직 노동자로, 채용 3개월 만인 지난 11일 석탄 운반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졌다. 화력발전소의 현장 업무는 늘 위험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충분한 인력배치와 안전교육이 일상이 돼야 했다. 이번 참사는 한국발전이 협력업체와 소통하지 않았음을 의미 하는 일이다. 협력업체 현장 근로자들이 현장의 문제점을 제기한다고 해도 개선되는 일이 요원했던 것이다.

이번 사고 뿐 아니라 향후 안전대책 역시 한국발전이 책임지고 진행해야 한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사고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직종의 외주화를 직접고용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1월 1일 도급 사업에서 원청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청업체에 책임 떠넘기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하지만 국회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아직까지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무용지물론을 실감하는 일이다. 국회는 당장 이 개정안을 통과 시켜 원청업체의 책임을 분명히 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가 늑장부리는 바람에 젊은 청년이 또 목숨을 잃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원가 절감을 이유로 노동자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용자 의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근본적으로 막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산재 사망의 공통된 특징이 주로 하청 노동자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점을 정부와 국회는 직시해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