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안 시집 ‘신발 신겨주는 여자’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강희안의 시집’신발 신겨주는 여자’는 젊은 날에 사랑하는 사람과 주고받은 편지를 헌시와 답글의 형식으로 묶어낸 연애시선이다. 시인은 젊은 날의 사랑을 상처 혹은 상처의 흔적이라 명명하지만, 시집 안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사랑의 정서가 녹아 흐른다.

‘연애의 전술에도 고도의 심리전이 있나 봅니다 전략이 부재한 그대와 나는 서로에게 상흔만 남기고 휴전을 선언합니다 A와 O의 거리만큼 멀고도 먼 마음의 기슭을 밤새 떠돌았습니다'(‘연애의 심리전' 중)

‘그대는 나의 말을 주워 삼키고는 목에 걸린 듯 다시는 뱉지 않습니다 나의 말에 돋친 가시가 그대 목구멍에 깊이 박혀 침묵의 방에 들었습니다 그대의 말은 음표가 생략된 직설의 날이므로 나는 서늘서늘 베이곤 합니다 그 말 한마디에 수만의 언어를 잃어버립니다'(‘침묵의 기교' 중)

강 시인은 “젊은 한 시절의 영사기를 되돌려 보면 동화 속 신데렐라를 만났던가 싶다"고 회상한다. “나는 유리 구두를 신겨줄 수 있는 그런 멋진 사내가 아니었던가. 깊은 밤 자정의 종소리와 함께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사라진 여자." 109쪽, 9000원,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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