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혁 시집 ‘소피아 로렌의 시간’

소피아 로렌의 시간은 2010년 ‘시인세계' 신인상 시 부문,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으로 등단한 기혁의 두번째 시집이다. 시 65편을 담았다.

‘어린 아들이 변신 자동차 또봇을 가지고 놀다가/ 변신이 되지 않자/ 화를 낸다// 화는 아들의 무언가를 집어 던지고/ 무언가를 밟아버리고/ 무언가 억울한 것을 뒤바꾼다// 팔이 뽑힌 또봇을 어루만지면/ 어떤 아빠라도 수동적인 사람일 것이다'(‘오비디우스' 중)

함돈균 문학평론가는 “시집에서 세계는 똬리를 틀고 있다"며 “현재는 까마득한 태고와 연결되고, 일상의 집은 황량한 인도 어느 사막으로 이어지며, 사물 세계는 유물들의 전시관이 된다"고 읽었다. “전 지구적으로 뻗은 문명론적 촉수는 또 다른 장소와 시간과 사물을 지시하며 연관을 맺고 있다. 타버린 도시의 폐허에 남은 그을음처럼, 세계는 지금 여기가 유일한 시간이 아님을 다만 암시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여기는 지나간 시간의 잔해다."

기 시인은 “세계를 만지면 아프다"며 “상처의 역사가 강건하게 태어난다"고 한다. 171쪽, 9천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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