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참사가 오는 21일로 1주기를 맞는다. 29명의 목숨을 잃은 제천 화재참사 후 우리 사회에 만연된 안전 불감증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충북도와 소방당국 등이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였지만 제대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끔찍한 사고를 체험한 제천시민들은 지금도 각종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제천 참사로 재난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 소방·안전 취약 요인 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행정·소방 당국의 대처는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참사 이후 가장 많이 지적됐던 문제 중 하나는 소방인력 부족이었다. 제천화재 참사 당시 대형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현장에 최초 출동한 구조대원은 4명뿐이었다. 특히 굴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검찰은 소방지휘부에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주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재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일이다. 초기 대응 부실에 휩싸인 소방지휘부에 대한 사법당국의 처분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유족들은 소방지휘부의 늑장 대처가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당시 소방합동조사단도 효율적인 인력 배분이 이뤄지지 못했고, 현장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에 지휘가 미흡했다며 스스로 과실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제대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검찰은 소방당국이 스스로 인정한 과실 책임조차 뒤집어 놓았다.

참사 이후 국가기관이나 소방당국, 충북도 등은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현재로서는 재발방지라는 말이 요원하기만 하다. 충북 소방본부는 화재 참사가 터진 직후인 지난해 12월 26일부터 목욕탕과 찜질방, 요양병원과 전통시장 등을 대상으로 일제점검에 나서 불량시설을 적발했다. 이 중 대다수가 불법 증·개축과 방화문 설치 불량 등 구조적 문제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 불량시설들이 제대로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다. 일부 시설의 경우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 화재 때도 불법 증축된 건물 구조와 소방설비 미비가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 점을 고려할 때, 여전히 곳곳에 시한폭탄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충북 소방본부의 소방인력 확충과 장비보강 등이 이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화재 참사 당시 먹통 논란을 빚었던 노후 소방무전기도 모두 신형으로 교체됐다. 비좁은 골목길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소형사다리차도 보급하고 있다. 법규 등 일부 제도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차 긴급 통행로 확보를 위한 주정차 특별금지구역 지정 등을 핵심으로 한 도로교통법이 지난 2월 개정됐고, 건축물 외부 마감재를 불연재로 쓰도록 강제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충북도와 소방본부는 제천 화재를 반면교사 삼아 자체 소방력을 강화하고 안전한 충북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천 화재 참사를 교훈 삼아 대형재난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법령·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충북도가 되기 위해서는 대형참사에 대한 책임 규명이 분명해야 하고 유가족에 대한 보상 문제를 하루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그 후 안전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이 실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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