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469)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469)
  • 충청매일
  • 승인 2018.12.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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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될 문제가 아니네!”

“매가 튑니까! 두들겨 부수면 둘 중 하나는 죽든 살든 할 게 아닙니까?”

“저놈들은 관아 뒷배가 있잖은가? 그러니 저놈들은 불법을 저질러도 눈을 감아주지만, 만약 우리가 그랬다가는 당장 관아에 잡혀가 물고가 날걸세!”

그것은 최풍원 말이 백번 지당했다.

청풍도가는 청풍관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관습과도 같은 관계였다. 어느 고을이고 원님이 부임하면 민심부터 살피는 것이 순서였지만 청풍부사는 부임을 해와도 제일 먼저 발걸음을 하는 곳이 청풍도가였다. 청풍도가에는 지역 권세를 가진 토호들은 물론 부를 지닌 부자들이 모두 그곳에 떼거리를 모아 있었다. 부사도 청풍도가에 밉보이면 청풍고을에서 원님 노릇 해먹기가 녹록치 않았다. 원님의 돈줄이 도가에서 나오기 때문이었다. 고을 원도 좌지우지하는 도가이니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외려 죄를 덮어쓰기 십상이었다. 큰 짐승을 잡으려면 서두르지 말고 은밀하게 서서히 옭아매 기회가 오면 단숨에 목줄기를 끊어버려야 했다.

“그럼 저놈들이 저렇게 우리 임방들 장사를 방해하는데도 두고만 보고 있으란 말이유?”

“무대포로 그럴 것이 아니라 전후 사정을 살펴가며 좀 더 지켜보자!”

최풍원이 도식이를 진정시켰다.

“형님, 순갑이 큰형님이 이상합니다.”

갑자기 도식이가 북진임방 장순갑을 입에 올렸다.

“순갑이 형님이 왜?”

“청풍도가에 자주 보인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순갑이 형님이 청풍도가에를?”

“애들 이야기로는 근래에 부쩍 청풍도가에서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큰형님 뒤를 밟아볼까요?”

도식이가 북진임방 장순갑을 염탐해보겠다고 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너는 아이들 입단속을 시키고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도 큰형님이 모르게 해라!”

최풍원이 장순갑은 물론 동몽회원들에게도 이 이야기가 흘러나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입단속을 시켰다. 이미 한참 전부터 장순갑이 곁눈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최풍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북진본방과도 거래를 하고 있는 충주 윤 객주 상전이거나 장사꾼들이었다. 그것도 같은 본방사람들끼리 신의를 깨는 일이었으나 최풍원은 모른 척 넘겨버렸었다. 더구나 장순갑은 최풍원이 처음 행상일을 할 때부터 친분을 쌓아 오늘의 북진임방이 만들어지기까지 큰 힘이 되었던 형님이었다. 최풍원도 장순갑이 욕심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장사꾼이 욕심이 없다는 것도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장사꾼이라면 당연히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내기위해 무슨 일이고 해야 하는 것이 본분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청풍도가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청풍도가는 북진본방과는 대립관계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둘 중 하나가 문을 닫아야하는 그런 적대관계였다. 그런데 그런 곳에 장순갑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최풍원은 장순갑이 무슨 일로 청풍도가를 드나들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아볼 작정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장순갑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최풍원이 동몽회 대방 도식이에게 장순갑의 염탐을 맡기지 않은 것은 이런저런 연유가 있어서였다. 어쨌든 장순갑은 북진본방에서 윗사람이었다. 사사로이는 북진본방의 최고 우두머리인 최풍원에게 형님이었다. 그런 사람을 아랫사람을 시켜 뒤를 캐게 한다는 것은 본방의 조직을 위해서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조직이 잘 굴러가려면 서로 간에 우의와 신의도 중요했지만, 아래위 간에 예의도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본방 중심인 상인 조직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도식이를 통해 뒷조사를 한다면 앞으로 장차 위계를 세우는 데도 문제가 있을 듯해서였다. 그리고 장순갑은 동몽회원들의 얼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뒤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면 꼬리를 감추고 시치미를 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도둑은 뒤로 잡는 법이지, 앞으로 잡는 게 아니었다. 확실한 증거를 잡아 스스로 인정하게 만들기 전에 드러내놓고 상대를 몰아 부친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일으킬 소지가 많았다. 뒤탈이 없게 하려면 장순갑이 눈치 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진행시키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래서 최풍원은 새로 온 장팔규를 부려볼 생각이었다. 장팔규가 아직 나이 어리기는 하지만 북진본방에서 그 아이를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장팔규라면 눈에 띄지 않고 장순갑의 뒤를 캐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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