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베트남과 박항서
[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베트남과 박항서
  • 충청매일
  • 승인 2018.12.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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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몇 해 전 대보름 행사에 맞춰 청주민예총 예술인 몇이 베트남 샤오빈예술단을 방문하기 위해 나도 시인의 자격으로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전부터 충북민예총과 베트남 샤오빈예술단의 교류가 지속하고 있어 청주를 방문한 샤오빈예술단 친구 몇몇을 알고 있었다. 나는 청주가 아닌 그들의 나라, 그들의 고향, 그들이 사는 곳에서 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소풍 떠나는 마음처럼 설랬다.

낯선 땅 호찌민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전쟁기념관이었다. 우리가 흔히 월남전으로 기억하고 있는 모든 기록이 전시돼 있었다. 그중 한국군이 저지른 아픈 역사도 고스란히 전시돼 있었다. 그들은 곳곳에 한국군 증오비를 세우고 그날의 끔찍함을 잊지 않고 있었다. 한국군 증오비는 두 번째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둘러보았고 당시 피해자와 유족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그들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앞섰다. 한국에서 찾아온 이방인을 어떻게 맞아줄까.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알고 있을까. 그러나 그들은 따뜻했고 평온했다. 우리 이전에 많은 이들이 다녀간 듯했고 한국군이 저지른 잘못과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많은 이들이 먼저 노력하고 있었다.

샤오빈예술단은 호찌민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뚜이호아에 있다. 뚜이호아는 바다를 끼고 있는 작은 도시로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많으며 길옆으로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70년대 한국의 농촌 풍경이 생각나는 도시다.

충북민예총은 예술교류뿐 아니라 뚜이호아의 작은 초등학교에 장학금 지원, 도서관 건립 등의 민간교류도 하고 있어 우리는 아이들과 일반 시민에게 분에 넘치는 환대를 받았다.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무슨 자격으로 이들에게 환대를 받아야 하는가. 그저 지원을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이에게 대하는 의례적인 행사는 아닐까. 이런 어리석은 생각에 미치니 미안한 마음이 더 들었다. 그저 한두 번 왕래에 그치지 않고 20여년 가까이 충북민예총과 샤오빈예술단은 구름을 넘고 파도를 건넜다. 지난 역사 문제는 둘째 치고 우리는 진정한 친구가 돼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상호 동등한 교류 형태가 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의 진심이 그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간의 교류가 뚜이호아 시민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도 궁금하다. 좋은 친구로 알아주었을까. 

현재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에게 열광하고 있다. 베트남의 축구 열기가 그토록 뜨거운 줄도 이번에 알았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맡아 아시안게임 축구 4강, U-23 준우승에 이어 스즈키컵 결승에 올랐다. 2002년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아 4강 신화를 쓴 네덜란드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미친 영향력보다 몇 배는 더 커 보인다. 온 국민이 박항서를 연호하고 있으며, 그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상상 이상처럼 보인다. 박항서 감독에 대한 호감은 한 개인에 그치지 않고 한국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는 듯 보인다. 수십 년에 걸친 문화예술교류의 성과보다 몇 년 사이에 이뤄낸 기적 같은 일이다. 앞으로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가 가는 길에 축복만이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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