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정기국회 회기가 9일 끝났지만 각종 개혁 및 민생법안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자신들의 세비인상안을 통과시키는 뻔뻔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국회는 8일 새해 예산안을 다루면서 국회의원 세비를 전년보다 1.8% 인상하는 내용의 예산을 통과시켰다. 새해 예산안 통과로 2년 연속 세비가 인상된다.

일부 의원들의 경우 세비 인상을 반대하면서 증액된 만큼 기부하겠다는 의원들도 있었지만 대 다수의 의원들이 찬성해 세비 인상안이 통과된 것이다. 국회의원은 수당과 활동비를 합산하면 총 보수가 2019년 1억5천176만원으로 전년보다 1.2%가량 늘게 된다. 국회의원 한명에게 1년간 지급하는 액수가 지방 중소도시의 중형 아파트 한 채 값이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만큼의 보수를 받으면 국회의원들은 그에 걸 맞는 일을 해야 한다. 국민전체가 내는 혈세를 받아가는 만큼 매사에 지역이기주의를 앞세우기 보다는 국민 삶의 질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올해 예산안 심사만 보더라도 국민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예산 삭감에는 기를 쓰고 자신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은 하나라도 더 빼갈려고 안간힘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제 사회복지 예산이 1조2천153억원 감액되고,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1조2천45억 증액된 것은 사회복지와 SOC를 맞바꾼 전형적인 복지후퇴 예산심사였다.

특히 각종 민생과 사법개혁 등의 법안이 산적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법안심사는 뒤로 미뤄둔 채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만 연연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세비 인상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그만한 보수를 받을 만큼 일을 열심히 한다면 국민 누구도 불만을 내세울 리 없다. 국민들은 대다수 국회의원들을 불신하고 그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가뜩이나 체감경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솔선수범해 세비를 인하해도 시원치 않은데, 자체셀프인상이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민을 먼저 챙기고 민생경기를 걱정해야 할 때 자신들의 주머니만 더 챙기는 의원들을 신뢰할 수 없다.

최근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는 사법개혁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공공부문 채용비리에 관한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 등 국회가 처리해야할 현안이 산적하다. 특히 국민의 공분을 샀던 사립유치원법 개정안인 유치원 3법을 비롯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정기국회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개혁입법을 임시국회를 열고라도 올해 처리하지 못한다면 ‘국회무용지물’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사법개혁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사법부는 과연 성벽인가 하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는 서둘러 임시국회를 열고 법관탄핵소추 등 각종 민생관련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며 정기국회 기간에 절실한 민생법안을 뒤로 하고 단식 농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선거개혁은 국회 내에서 처리할 문제다. 민생법안들을 무기 삼아 타협할일이 아니다. 유치원 3법을 비롯한 각종 민생법안 통과가 우선이다. 사리분간을 못하는 국회가 세비인상에만 단결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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