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뜰 앞을 쓸던 빗자루를 묶은 노끈이 풀려 못쓰게 되었다. 새것으로 바꾸어야겠다. 노끈만 풀려도 못쓰게 되다니, 처음엔 단단히 묶었을 것이거늘 이리 못쓰게 된 것을 보자니 노끈의 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끈 풀린 빗자루를 보는 순간 문득 노끈을 꼬던 할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유년 시절에 할아버지는 겨울 내내 사랑방에서 벽에 노끈을 꼴 수 있게 장치를 해두고 아주 가늘게 조갠 삼 껍질로 노끈을 꼬곤 하셨다. 양쪽 엄지와 검지에 침을 발라가며 싹싹 비벼대기만 할 뿐이신데 매끈매끈한 노끈이 꼬아지는 것이 신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사이에 방안에 노끈이 수북하게 얼기설기 쌓이고 그것을 둘둘 말아 공처럼 둥근 뭉치를 만들어 내셨다.

추운 겨울철이라 노끈을 꼬다가 화로(火爐) 불에 손을 녹여가며 밤이 깊도록 꼬는 할아버지의 근면하심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노끈으로 짚을 매어 돗자리를 만드시고 노끈을 날줄과 씨줄로 나르고 왕골을 잘게 쪼갠 것으로 초석(草蓆)자리도 매우 곱게 치셨다. 1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기제사 때마다 그때 만드신 초석자리를 깔고 지내며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노끈을 꼬아서 각종 물건을 담는 그릇. 빗자루 등 모든 용품을 유용하게 만들어 쓰는 것을 생각하면 묶어주는 노끈의 힘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우리들 마음에도 물건을 묶어주는 노끈의 힘을 이용한 지혜처럼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결단하는 마음의 끈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세상이 험하고 살기 힘들다 해도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마음의 끈이 풀려서는 끈 풀린 빗자루처럼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농부가 됐든,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됐든, 무엇을 하던지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돌아오는 것은 절망뿐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어찌 기쁜 일만 있을까. 궂은일 슬픈 일 힘든 일들로 고민을 하며 사는 것이 인생인데 아무리 힘들다 해도 바르게 살리라는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마음을 단단히 묶고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요즈음 권력과 금력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끈 풀린 지도자의 패가망신敗家亡身)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미투 사건도 그렇고, 사회지도층의 비리 직권남용의 사건 등, 각종 사건 사고도 근본원인을 살펴보면 모두가 바르게 살리라는 생각의 끈이 풀린 까닭이다.

생각을 똑바로 세우지 않으면 리더가 되어도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긍정적인 성품을 곱게 가꾸지 않으면 바른 생각의 끈이 풀리며 좋은 품성이 무너진다. 지금 우리들 앞에는 국운을 가름하는 남북관계와 북미 비핵화로 가는 평화와 전쟁의 가파른 언덕이 놓여 있다. 또 글로벌 경제 난국 속에 저성장의 늪에 빠져 언제 경제위기가 닥칠지 걱정이다. 국가안보 는 한미동맹의 힘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데 평화 무드에 쏠려 유사시를 대비한 휴전선 방어망 해체는 유비무한은 아닌 것 같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처럼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화공세에 신뢰가 서지 않기 때문이다. 북미 비핵화 회담이 잘 성사되어 분단의 고통을 넘어 평회통일의 꿈을 꾸는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는 노끈을 단단히 동여매듯 마음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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