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득 경상대 명예교수

예로부터 충청도에는 시인들이 많이 배출됐다. 작고한 시인부터 현재 왕성한 작품을 발표하는 시인들이 충청의 문학적 맥락을 잇고 있다. 충청매일은 충청의 많은 시인들 중 박재륜·박용래·신경림·신동엽·박원희·김규성·이종수·신준수·송선미 시인 등 현대시대를 관통하는 시인들의 작품과 삶을 다룬 신경득 경상대 명예교수의 ‘충청도 시인들의 서사 담론’을 연재한다. 신 교수는 충북 증평에서 출생해 1978년 월간문학 신문문학상 평론부분에 당선돼 평론을 시작했으며 ‘조선 종군실화로 본 민간인학살’, ‘서사문학연구’ 등의 저서가 있다.

충청도 시인들은 충청도 북부의 남한강과 중남부의 금강 가에 살고 있다. 두 강의 발원지는 민족의 성산 속리산이다.

신경림의 시의 배경은 남한강이고 신동엽의 장편서사시 ‘금강’의 삶의 현장은 금강이다. 속리산 천왕봉에서 나오는 물이 동쪽으로 흘러서는 경상도 낙동강에 들어가고, 서쪽으로 흘러서는 금강에 들어가며, 북쪽으로 흘러서는 충주 달천이 되어 한강으로 들어간다. 속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해 북쪽으로 흘러간 물은 청주 산동에 와서 청천이 되고, 괴산에 이르러서는 괴강이 되며, 충주읍에 와서는 달래강이라 부른다. 충주에 이른 달래강이, 영월 영춘 단양 청풍을 거치며 흘러온 충주댐과 탄금대에서 합류한 남한강은 목계나루를 거쳐 여주 신륵사에 이르고 다시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으로 흘러간다.

속리산 서쪽으로는 목천&진천&청안&증평&청주에서 흘러간 물이 청주 서북쪽 까치내에서 무심천과 합류하여 미호천으로 흘러간다. 속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한 물은 만수계곡과 구병리를 거쳐 서원계곡으로 흐르고 삼가저수지와 장안면을 지나 보은에서 보청천으로, 보청천은 옥천군 청산과 심천으로 흘러 옥천 동쪽 원당에 이르러, 덕유산과 마이산 사이의 냇물과 골짜기의 물이 합쳐져 북쪽으로 흘러오는 적상천과 합수해 안남과 회남을 지나 문의에 와서 대청댐을 이룬다. 미호천은 이 대청댐 물과 합수해 대전과 세종시 계룡산 북동쪽을 반달 모양으로 감돌아 도도한 금강으로 공주에 이르고, 이 물은 부여와 서천을 거쳐 군산으로 흘러간다.

박재륜이 경술국치가 일어났던 1910년 충주군 가금면 가흥리에서 출생해 200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주된 문학 공간은 충주였다. 1879년 시인이 청주시 중앙공원 인근 찻집에서 시서전을 열 때 나는 처음 그를 만났다. 시서전의 시를 시경에 나오는 부비흥(賦比興)에 따라 짧은 평론을 써서 충청일보에 발표했는데 시인은 매우 기뻐했다. 이상(李箱)에 골몰하고 있던 내가 이상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백구두를 신은 멋쟁이 모던 보이라고 하였다. 이상이 정말 정신이상자였느냐는 물음에는 ‘그것은 후세의 호사가들이 꾸며낸 변태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자란 하나의 기이한 섬

섬마다 아름다운 항구를 가졌다.

- 박재륜, 「섬」전문

위의 시를 아래와 같이 도식화한다.

A=B  여자=섬   부(賦)

B=C  섬=항구   비(比)

∴A=C  여자=항구 흥(興)

위의 도식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 번째 항이 생략되어 있다. 그래서 시가 애매모호한 것이 아니라 여운을 함축하며 이미지가 선명하게 부각된다. 서술 방법도 감각 감성을 말끔히 제거했으나 오히려 감각적이고 감성적이다. 시가 대중에게 회자된 까닭은 이러한 모더니즘의 기법 활용에도 있었지만 한국시가 머금고 있는 ‘성의 사물화’라는 대중적 통속성에도 신세를 지고 있다.

ㄱ.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ㄴ. 알 수 없어요

ㄷ.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ㄹ.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ㅁ. 너 어느 곳에 있느냐

위의 대중적 통속성을 지닌 리듬은 시를 인구에 회자되게 만들었다. 물론 또 다른 대중적 통속성을 지닌 행위 양식이 드러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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