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한양에 올라가 거래했던 각 임방들의 물건 처분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두 분 형님들, 그리 되었으니 한양에서 기별이 오는 대로 나머지는 해드리리다!”

최풍원이 경상도에서 온 천용백·천기출 형제에게 처분하지 못한 안동포에 대해 사정 이야기를 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세상 일이 먹은 맘대로만 된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장사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계산대로만 된다면 부자 못될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래도 최 대주가 팔지도 못한 베를 일부라도 미리 곡물로 땡겨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고맙네!”

천용백이 외려 고맙다며 손사래를 쳤다.

“형님들 도움이 크니 그만한 것은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그나저나 한양에서 베 값이 폭락하고 있다니 곧 시골도 그리 되지 않겠는가? 참으로 걱정이네!”

“한양에서 대량으로 쏟아내면 베뿐만 아니라 다른 물산들도 폭락할 텐데, 그리되면 집에서 조금씩 수공업으로 하는 물건들은 다 죽어버릴 게 자명합니다.”

“큰일이로구먼. 힘없는 것들은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구먼!”

“작은 고기도 살아야 큰고기도 사는 법인데…….”

“힘없는 사람들 모두 죽이고, 힘 있는 놈들끼리만 남으면 거기서 또 물고 뜯고 하겠지!”

“세상이 어디까지 변하려는지…….”

천기출이도 최풍원으로부터 급변하고 있는 한양 이야기를 들으며 불안한 마음이 가셔지지 않았다.

“이보게 두봉이! 이번 일에 가장 큰 낭패를 본 사람은 자네인데 정말 미안하네. 물건 주인들은 눈이 빠지게 자네가 돌아올 날만 기다리고 있을텐데.”

최풍원이 영월 임방주 성두봉에게 말했다.

“그러게. 우리 마을에서는 내가 가기만 하면 아궁이에 불 지필 생각에 허기를 참고 있을 텐데 참으로 걱정이네!”

성두봉이 정말로 낭패라는 듯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보게 한양에서 곧 좋은 기별이 올 걸세. 영월에서는 벌써 예전부터 사람들이 먹어오던 양념인데 한양사람들이라고 입맛이 다르겠는가? 아직 먹어보지 않아 그 맛을 몰라 그러할테니 좀 기다려보게!”

“그 방도 외에 다른 방도가 있겠는가. 다만 그게 언제가 될는지 모르니 답답해서 그러지. 배가 고파 기다리는 사람들은 하루가 여삼추일 텐데, 그들 눈이 떠오르니 안타까울 뿐이네.”

“그렇다고 여기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지 않겠는가? 일단 올라가서 기다리면 내가 기별을 함세! 그리고 서른 석의 쌀과 소금은 마 선주 배에 실려 있다네. 마침 마 선주가 우리 본방에 내려놓을 물건만 떼어놓으면 곧바로 맡밭까지 올라간다니 잘 되었네. 그걸로 우선 급한 불은 꺼보게!”

최풍원이 아쉬운 대로 성두봉에게 변통을 해주었다.

“최 대주 고맙네! 자네 공은 잊지 않고 꼭 갚겠네!”

“갚을 게 뭐 있는가. 자네 물건 맡겨놓고 가져가는 것을. 한양에서 일이 잘되면 그때 이자까지 넉넉하게 쳐서 다 받겠네!”

“그렇게만 된다면 달라는 대로 다 줌세!”

“그때 가서 딴말하기 없기네!”

“여부가 있겠는가!”

성두봉이 찰떡같이 약조를 했다.

북진본방에 모여 있던 각 임방주들과 경상도 장사꾼들이 각자의 물건들을 받아 자신들의 마을로 떠나갔어도 북진나루는 여전히 북적였다.

북진나루에 풀어진 물산들은 최풍원의 북진나루 물건뿐이 아니었다. 곧 봄이 깊어지고 겨우내 내렸던 눈 녹은 물이 줄어들어 갈수기가 되면 강물이 줄어들어 수 백 석을 실어 나를 수 있는 큰 배들은 바닥이 강바닥에 닿아 상류까지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강상인들은 갈수기가 오기 전에 강 상류 사람들이 여름내 쓸 수 있는 생필품들을 싣고 서둘러 강을 거슬러 내륙 깊숙이까지 올라왔다. 게다가 이번에는 마덕필 선주의 경강선과 다른 경상들의 함께 올라와 북진나루에 닻을 내렸다. 상인들의 귀는 얼마나 밝은지 이번 북진본방에서 한양으로 가지고 간 물건들이 값도 싸고 최상품들이었다는 소문에 발 빠른 경상들이 함께 물건을 싣고 올라왔던 것이었다. 경상들은 이런 물건들과 바꾸기 위해 갖은 물건들을 잔뜩 싣고 올라와 북지네 풀어놓았다. 북진나루에 청풍읍장보다도 더 많은 물산을 풀어놨다는 소문에 장사꾼들과 장꾼들이 백지알처럼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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