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돈 주고 상 받기’ 관행이 여전해 근본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자체장들이 돈으로 상을 사는 행위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력 언론사가 정부 부처나 정부 산하단체들과 공모하는 형식으로 선정하는 이 상들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혈세를 낭비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왔지만 개선은 요원하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충북에서 지난 4년간 도지사와 시장·군수 12명이 외부 기관에서 주는 43종류의 상을 68번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 상이 일을 잘해서 받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찜찜하다는데 있다.

한 지자체는 중앙 언론사가 주최·주관한 2종류의 상을 4년간 내리 받고, 홍보비로 1억6천여만원을 지출했다. 또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형태로 시상을 하는 2곳에서 4년 연속으로 선정되면서 1억4천만원 가량을 사용했다. 몇 년이고 똑같은 상을 수상하는 이런 지자체는 충북만이 아니고 전국에 만연해 있다.

상의 종류도 다양하다. 대한민국 최고 무슨 무슨 브랜드 대상이라고 이름 붙여진 상은 부지기수다. 그럴듯한 전문용어로 지자체와 단체장을 띄우는 상도 많다. 그리고 이들 상을 공모하는 측은 공공연히 심사비나 광고비로 1건당 막대한 돈을 요구한다.

물론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엄정하게 평가해 지자체와 단체장을 시상하는 것은 순기능적인 부분도 있다. 지자체가 하는 일을 홍보해 주민의 관심을 높일 수 있고, 단체장도 업무수행에 더욱 탄력을 붙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동일한 상을 신청하고, 그 대가로 예산을 지출하는 것이 왠지 개운치 않다.

지자체가 돈을 쓰면서까지 상을 받는 이유는 뻔하다. 단체장의 치적을 알리는 수단으로 이만한 게 없어서다.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 단체장의 입장에서 수상 실적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재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문제점을 간파하고 2009년 “지자체가 민간단체나 언론사의 시상에 응모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할 때는 자체 심의제도를 도입하라”고 시·군에 권고한 바 있으나 ‘소귀에 경 읽기’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5일 성명을 내고 “민간이 주최·주관하는 시상에 자치단체나 단체장이 응모할 때는 반드시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사전 심의를 거치라”고 주장했다. 홍보비나 조사비를 요구하거나 목적과 취지가 불분명한 시상에는 응모하지 말 것도 촉구했다.

거리 곳곳에 내걸린 지자체와 단체장의 수상 소식 현수막이 못미더워 보인다. 주민에게 쓰여야 할 예산이 단체장의 사욕에 편법 운영되지 않았나 싶어서다.

유력 언론사나 기관에 후원을 남발하는 정부 부처는 자제하고, 지자체는 제도 정비를 통해 ‘돈 주고 받는 상’의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감독기관도 수상 과정을 살펴 부적절한 뒷거래가 드러나면 엄벌에 처해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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